홍종학 의원 "정부가 시행령서 심사기준 변경"

"현재 관세청의 면세점 심사결과 세부항목 평가점수 비공개, 평가기준 변경, 대기업의 면세점 시장 점유율 증가 등을 볼 때 정부가 대기업에 면세점 허가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홍종학 의원 ⓒ한국정책신문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대기업의 면세점 독과점 구조를 규제하기 위해 노력해온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말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발표된 신규 면세점 입찰 전쟁이 예상대로 대기업들의 잔치로 끝이 났다.

서울 시내 대기업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선정됐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에 서울은 SM면세점이, 제주는 제주관광공사가 각각 사업자로 선정됐다.
 
15년 만에 새로 추가되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기업들의 입찰 경쟁은 대단했다.

'유커'라고 불리는 중국관광객 유입으로 유통기업에게는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 시장은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작년엔 8조3000억원으로 4년 새 84%나 성장했다.

그러나 이번 면세점 입찰을 두고 잡음이 무성하다.

정부, '관세법 시행령' 면적수 → 매장수 변경

홍 의원 측이 조사한 면세점 매출 점유율에 따르면 롯데, 신라, SK, 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의 매출 점유율은 2010년 83.7%에서 2011년 84.6%, 2012년 86.4%, 2013년 88.1%, 2014년 88.3%로 지난 4년간 약 5%P가 상승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약 3조 5500억이 넘는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의 매출점유율은 2010년 5.2%에서 2014년 4.8%로 하락했다.

▲면세점 매출 점유율(2010년~2014년) ⓒ한국정책신문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홍 의원은 대기업의 면세점 독과점 구조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 2012년 11월,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관세법 개정안'은 대기업에 대한 면세점 사업비중을 50%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중소·중견기업 및 공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도 제가 발의한 개정안과 동일한 취지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규제 기준을 '면적수' 즉, 대기업 대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 면적수 비율을 75.2% 대 24.8%로 하되 구체적인 비율은 시행령에 규정하는 것으로 합의됐죠."

그러나 이듬해인 2013년에 정부는 면세점 특허 기준을 '특허수(매장수)'로 정하는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 공포했다. 홍 의원이 정부의 대기업 특혜 논란을 주장하는 근거다.

"관세청이 지난 해 공개한 면세점 매출액 통계를 보면,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본점의 매출은 1조9736억원으로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수원 앙코르면세점 매출 2억원과는 약 9881배 차이가 납니다. 현행 관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한 규제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죠. 때문에 '특허수(매장수)' 기준은 재벌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비율을 48.7%대 51.3%로 정해 재벌대기업을 규제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재벌대기업에게 면세점 규모를 제한 없이 확장할 기회를 제공할 뿐이죠."

홍 의원은 이러한 왜곡된 관세법 개정 시행령의 취지를 바로잡기 위해 '면적수' 기준을 명시한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013년 다시 발의했고, 현재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계류 중이다.

구체적 평가 항목 대부분 '비공개'

면제점이란 정부가 관세 등 세금을 면제해 상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정부가 조세 수입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심사기준 외에 모든 것이 '비공개'다.

이번 신규 면세점 선정 때도 관세청은 관세법의 특허 심사 기준에 따라 업체의 경영 능력과 주변 환경 요소, 중소기업과의 상생, 사회 환원 등을 평가했고, 세부 평가항목과 심사 과정은 '비공개'라고 밝혔다. 홍 의원이 투명성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면세점 사업은 정부 기관인 관세청에서 국가가 특허를 주는 사업이고, 면세점이라는 특성상 국가가 조세 수입을 포기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돼야 합니다. 그러나 관세청은 오직 심사기준만 공개했을 뿐 상세한 세부 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심사를 진행하는 평가위원들 조차도 비공개 사항입니다. 국가의 중요한 사업을 심사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어떻게 심사하는지 국민들은 모르는 실정이죠."

홍 의원은 지난 2월에도 제주 면세점의 특허기관 만료에 따라 제주시내 면세점의 후속사업자로 또다시 롯데면세점이 선정되자 관세청에 지속적으로 평가점수 공개를 요구해왔다. 이번 신규 면세점 사업 역시 선정 기준 등 정보공개 요구를 했다.

"관세청에 지속적으로 자료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혀 답이 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면세점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 역시 영업이익률 조차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과연 면세점 사업이 진정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지도 의문이 들 정도로 베일에 쌓여있는 사업이죠."

관세청은 당초 100점인 총점을 1000점으로 늘리고 심사평가표도 보완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만 새롭게 추가됐을 뿐 해당 항목에 대한 세부 평가기준이나 채점방식 등은 여전히 애매모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관세청이 밝힌 평가 기준은 관리역량(250점), 지속가능성·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

기업별로 장단점이 서로 달라 평가점수를 객관화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면세점 사업을 위해 새로 설립한 법인이나 두 개 이상의 법인이 공동으로 신청한 경우의 평가기준은 더욱 모호하다. 제대로 된 잣대가 없으니 심사자의 자의적인 판단 소지가 크다. 선정 결과에 대한 뒤탈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관세청은 심사결과 중 총점만을 공개하고 세부 항목 점수 공개를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관세청이 대기업에 유리한 세부항목에 더 많은 점수를 줘서 사실상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황입니다. 관세청은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심사평가 총점뿐만 아니라 5개의 평가범주 및 각각의 세부 항목 평가 점수 등을 공개해야 합니다."

재벌기업 위주의 면세점 사업

HDC신라와 한화 등 새로운 시내 면세점 사업자가 선정되면서 대기업 특혜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만은 사실이다. 이미 면세점 업계 1위의 롯데, 그 뒤를 잇는 신라 등 대기업이 면세점 시장에 과점해있어 중소기업들의 설 자리가 좀 더 좁아졌기 때문이다.

"면세점 사업은 정부가 사업자에게 엄청난 특권과 특혜를 부여한 것인 만큼 해외 관광객 유치, 국내 중소기업 제품 판매 촉진 및 홍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 공익성을 지키며 운영돼야 합니다. 재벌기업의 면세점 독식구조를 깨고 면세점 사업의 이익을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리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면세점 특허의 의무 할당 및 제한경쟁 입찰방식이 도입돼야 합니다."

홍종학 의원의 주장은 면세점 재벌기업 특혜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80% 이상 독식하고 있는 면세점 구조를 깨고,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과 함께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면세점 구조처럼 할인점, 가전양판점, 편의점 등 다양한 상점을 면세점으로 지정, 면세점 진입 문턱을 낮춰 중소 규모 매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소규모 면세점을 확대해도 대기업 집중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의 입장은 조금은 부정적이다.

"소규모 면세 매장을 확대하더라도 대기업 계열사가 차지하게 되면 결국 재벌 경제력 집중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대기업에만 과도한 혜택이 가지 않도록 면세점 점유율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

관세청이 서울 3곳 중 1곳이 아닌 2곳을 중소·중견기업에게 줬다면 홍 의원의 말처럼 면세점의 공익 목적과 진정한 상생 면세점 입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관세청이 여러 의혹들을 투명하게 해소할 의지를 가지고 있고, 또한 공정한 시장경쟁체제의 유지를 원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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