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5>청년고용문제의 해결전략

상상은 현실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 말은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될 것 같다. 지난 4번의 칼럼에서 제기하였듯이,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통계적으로 파악된 것보다 더 심각하지만 정부의 청년고용정책은 안이하며 실효성이 낮고, 지금과 같은 대기업수출중심의 경제성장과 아카데미즘에 빠진 입시중심의 교육으로는 앞으로도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발상을 전환해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경제성장의 원리와 교육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혁명적 변화’를 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번 칼럼에서는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하기로 하겠다. 어떻게 정부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중소기업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도와주고 교육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러한 과제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일차적으로 고용문제의 틀 속에 있다. 고용문제도 원인과 결과가 있는 인과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과 관련된 소비와 투자의 문제를 교육 정상화 문제와 연결해 청년고용확대에 기여하는 고용시스템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교육비가 개인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성장을 둔화시켜 결국 일자리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한다. 따라서 사교육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교육제도와 입시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학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이에 맞추어 학생선발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 대학진학률이 80%인 상황에서 대학이 학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다. 대학교육의 보편화에 따라 대학은 급격한 기술혁신 등의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자는 대학원 단계에서 양성하는 것이 맞다. 명문대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명문대학도 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한 코스가 되지 않았던가.

대학입시제도도 학문적 자질이나 소양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적 자질과 소양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 선발을 지금처럼 인문사회계와 이공계로 나누고, 언어영역, 수리영역 등으로 시험과목을 분류하고 논술시험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대학이 학자를 양성하는 것도 아닌데 학자 후보 뽑는 식의 입시제도는 맞지 않는다. 초중등단계에서 배운 지식을 실용성의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이 맞다.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교육제도와 입시제도의 대안은 무엇인가. 교육의 실용주의 확립에 있다. 초중등 단계(12년)에서 학생의 소양과 자질을 직업세계와 관련지어 개발평가하고 대학에 지원할 때 그 결과가 반영되도록 입시 제도를 설계한다. 교사는 당연히 학생의 자질과 소양을 평가하고 진로를 설계하는 멘토로서 역할을 하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며 개인의 사회화와 사람의 소질을 조화롭게 한다는 교육 본연의 기능에 부합하는 길이기도 하다.        

기업의 투자는 일자리를 증가시키지만, 교육뿐 아니라 고용 관행에 영향을 받는다.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는 교육 및 고용 관행은 기업이 투자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용 관행은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라도 대기업 취업에 쏠리는 반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취업을 하더라도 이직이 많다. 이것은 중소기업이 자본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게 만들고 기업의 투자 부진을 초래한다. 결국, 한국 경제는 중소기업이 더 영세화하면 청년고용문제가 더 심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된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고용문제가 악화되는 현상은 미국 등 다른 나라도 겪었다. 미국은 한국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해법을 중소기업이 회사의 가치와 성과를 종업원과 나누는 데서 찾았다.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현재의 시점에서 나눔으로써 노사가 협력하여 파이를 키우는 동력을 만들었다. 회사의 주식을 종업원들이 소유하는 종업원주주제도와 성과배분제도 등은 이것을 촉진하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세제정책으로 뒷받침되면서 폭넓게 활용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로 자리 잡았고 공유자본주의(shared capitalism)로 지칭되었다.

한국 역시 공유자본주의 원리에 입각한 제도를 이미 도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실제 내용은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예로 들면, 한국은 우리사주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종업원주주제도와는 다르다. 우리사주제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주식회사인 대기업을 전제로 도입되었고 기업의 상장이나 증자 등 자금조달에 비롯된 문제를 염두에 두었다. 종업원주주제도처럼 기업의 경쟁력과 고용문제의 악화가 도입 배경이 아니었으며 중소기업에 적합한 기업의 지배구조 확립문제는 고려되지 못했다.

중소기업을 청년들에게도 매력 있는 직장으로 만드는 길은 종업원들이 회사의 근로자이자 주인으로서 임금소득 이외에도 배당금 등 자본소득도 벌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이것은 근로자의 이직을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이게 된다. 또한, 근로복지와 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키우게 된다. 한국이 선망하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중소기업이 성공한 비결 중의 하나가 종업원주주제도의 한 형태인 스톡옵션제와 성과배분제 등 공유자본주의적 보상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년고용문제는 한국의 교육을 실용주의로 전환하고 한국 경제를 공유자본주의의 기반 위에 세움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혁명적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가까운 데서부터 조용하게 변화를 일으키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설비지원 일변도의 중소기업지원정책이나 보조금 중심의 고용정책을 인적자원지원 중심으로 개편해 나가는 것이다. 정부가 기술이나 마케팅 등의 능력을 갖춘 청년을 ‘국가인재’로 선발하고 성장잠재력이 뛰어나며 공유자본주의적 보상 제도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이 이들을 채용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대기업과의 임금격차 차액을 보전할 정도의 임금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고령화한 중소기업 대표자가 투자를 기피하고 자녀에 대한 가업승계도 망설이면서 기업의 투자활동이 더 위축되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자가 주식 일부를 종업원들에게 증여하고 투자자금으로 전환하면 이에 대한 대가로 자녀에 대한 상속세와 증여세를 획기적으로 경감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의 발전에 앞장선 영국도 비슷한 고민 끝에 종업원에 대한 주식제공 시 세제 혜택을 부여했고 이것이 고용창출에 기여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유자본주의의 정신은 노사뿐 아니라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에게도 적용된다. 청년일자리문제가 가장 적다는 독일의 경우, 중소기업이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는데 지역 금융기관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기술개발과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에 긴밀히 협의하는 등 큰 버팀목 노릇을 했고, 이는 중소기업이 고용창출능력을 배양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비교할 때 불특정 다수의 투자가가 아니라 네트워크형 투자자에 의존하는 특수성에 근거해 있다는 점에서 한국 역시 중소기업의 투자 촉진에 지역 금융기관의 역할을 제고해볼 여지가 있다.
 
청년고용문제의 해결은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 그 길은 한국경제가 부흥하는 길이고 사회가 통합되는 길이기도 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상상의 나래를 펴자.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확신과 인내심을 가지고.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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