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인 <사회컬럼니스트>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내고 돈을 많이 써야지 경기가 활성화 되고, 아울러 이러한 돈과 재화의 흐름이 원활해지면 그 나라와 사회의 경제적 체질은 튼튼해진다. 이웃한 일본의 아베 정권이 자국 통화를 많이 찍어서 시중에 푸는 정책, 다시 말해 ‘아베노믹스(Abenomics)’를 통해서 경기부양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 역시 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경제의 근간이 되는 노동계층과 중산층의 체질을 튼튼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20년간의 장기간 불황을 경험하면서 얻은 교훈은 어떠한 경우에도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며, 우리 역시도 최근에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동일한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통상적으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과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양질의 노동인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독일이나 일본, 영국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이 말 그대로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른 나라에서 가지고 있지 못한 고부가가치의 기술과 많은 우수인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질의 기술과 인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무엇보다 인력적인 부분에서 사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한 사회문제와 경제문제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많은 유휴인력이 존재하면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비용이 많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며, 이 이외에도 일을 못하는 인력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돈을 잘 쓰지 않음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어 서비스 산업을 황폐화시키는 경제적 문제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문제가 당연하게 일어난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보면 일본의 과거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메르스와 세월호 사태로 인해 소비가 급감하면서 그나마 우리의 경제를 지탱하던 내수경기가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으며, 국민들 스스로도 돈을 가지고만 있으려 하지 쓰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 장기불황의 기본적인 배경을 제대로 갖추면서 그 어두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일 큰 피해를 입는 사회계층은 다름 아닌 청년계층일 수밖에 없다. 원가공세를 계속 펼치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앞 다투어 대부분의 제조업 생산 공장들이 해외로 빠져나감으로 인해 많은 청년인력들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인해서 서비스 산업에서조차 청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는 기업들은 신규인력 채용을 가급적 억제하는 방향으로 인력운용 정책을 설정함으로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많은 청년들이 능력과 재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으로 내몰리는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들어 청년실업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적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범죄와 같은 극단적 유형의 사회부작용이 청년층에서 집중적으로 급증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부와 국민 다수의 우려를 낳고 있으며, 앞으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심각한 경제위기로 범죄문제를 경험한 프랑스와 터키, 이탈리아의 상황이 우리에게 도래할 수 있다. 프랑스 여행에서 제일 위험한 요소가 테러가 아닌 소매치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프랑스의 범죄발생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문제가 프랑스의 고질병이 되면서 제대로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절도와 강도, 폭력과 살인 등의 범죄로 내몰리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런 다른 국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청년들의 실질실업률이 1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단기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만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은 주변만 둘러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참여하여 범죄수익을 인출해주는 일을 하거나 대출사기단의 콜센터에 취업하여 불법인줄 알면서도 사채 알선을 해주거나 또는 남의 스마트폰을 절취하여 반값에 팔아 생활비로 쓰는 등의 생계형 청년범죄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큰 숙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외에도 소위 ‘한방’을 통해 큰돈을 벌 목적으로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여 하루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탕진하거나, 젊은 여성청년들은 보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생각하여 성매매업소나 유흥업소로 유입되어 일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노래방이나 귀청소방, 안마시술소, 유흥주점 등에 그 수많은 젊은 여성청년들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미래 우리 사회의 건전성에 대해서 큰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경기가 살아나야 청년의 실업과 이로 인한 범죄나 일탈, 비행 등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이전에 현재의 산업구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청년실업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졸업정원의 정비일 것이다. 대학교가 과도하게 난립하면서 너무 많은 대학생들이 배출되다 보니 정작 생산인력이 필요한 산업현장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실업상태의 청년들이 스스로 직장을 구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제대로 최적화된 직업을 구하기는 요원하다 할 것이다.

청년들의 비행이나 일탈, 탈선을 비난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길을 박탈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무차별적인 정년연장이나 대학 구조조정의 지연, 전혀 비전이 보이지 않는 정부의 취업지원 등의 문제들을 극복해야만 건전한 청년들의 숫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 시점에서 당국과 기성세대가 알아야만 한다. 누구나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성공이라는 결과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저축할 여유가 없고, 취업에 대한 장래가 담보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생계에만 급급하도록 만드는 현재의 청년에 대한 차별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호숫가에 있는 백조의 모습을 보면 우아하게 물 위를 떠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 밑에서는 앞으로 나가기 위해 물갈퀴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청년들이 스스로를 이와 같은 백조에 비유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을 백조로 보고 있다는 의미를 비유한 것이며 이는 분명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을 시사해주는 내용이다. 우리는 이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미래의 기성세대가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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