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1] 꽉 막힌 청년고용 문제

[시리즈1] 청년 고용문제의 실상
사고가 행동을 지배한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진다. 이것은 청년고용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미흡한 관심과 정책 대응에도 적용된다. 청년고용문제의 실상을 정책 당국자들과 경제 주체들은 과소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심각하지 않다거나 청년계층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듯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만 높여왔지만 공허하다. 정부가 바뀌어도 청년고용문제의 본질은 피해가고 판박이 같은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이나 노동계 등 경제 주체들은 청년고용문제를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고 남의 일인양 아예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있다.

청년고용문제는 청년만의 문제일까? 최근에 나라를 흔들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이나 임금피크제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무원들은 연금이 깎인다고 아우성이고 교원들도 똑같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 만일 청년계층의 숫자가 많고 이들이 번듯한 일자리에서 취업하고 있다면 연금을 깎는 개혁이나 임금피크제가 필요할까? 청년고용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 중장년층은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연금은 깎이고 대량해고의 비극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년실업율이 50%가 넘는 그리스와 스페인은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청년고용문제를 가볍게 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중의 하나는 통계의 착시문제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선진국과 고용통계를 단순하게 비교하면 한국의 청년고용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 청년은 15~29세 사이의 연령계층을 말하는데 이 중에서 취업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실업율)이 10% 정도다. 선진국도 청년고용문제가 심각한데 G7에 속하는 프랑스의 경우 청년실업율이 20%가 넘고 그리스와 스페인은 50%가 넘는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아직 버틸 수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년고용문제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빠른 속도로 누적되고 양적으로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청년실업율은 10년 전 8%에서 10%로 2%포인트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사실상 실업상태에 처한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사람들이 누적되어 급증하고 있다. 이 사람들을 실업율에 포함하면 청년체감실업율은 단번에 두 배로 늘어 20%가 된다. 결국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덜하지 않은 심각한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청년 10명 중에서 4명이 취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한 청년 일자리의 질은 열악하다. 이런 점에서 실업율 통계만으로 청년고용문제의 실상을 논하기 어렵다. 한국은 취업한 청년 3명 중에 1명은 임시직 등 비정규직인데 그 비중은 늘어나 청년근로자 중에서 비정규직의 비중은 10년 사이에 2%포인트 증가했다. 또한 비정규직 중에서도 1년 이하 계약직 비중은 청년 취업자의 20%나 된다. 반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1%에 지나지 않아 미래에 희망을 걸기 어렵다.

임금도 청년고용문제의 실상을 보여준다. 정규직은 시간이 지나면 임금이 올라가도 비정규직은 제자리걸음을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확대되어 그 폭이 50%로 증가했다. 청년 취업자의 고용은 불안하고 급여가 작기 때문에 이직이 잦고 근속기간이 짧다. 따라서 노동시장에 진출한 다음이라도 일을 배우기 어려워 결국 청년들은 가난의 고착화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청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학력수준이 높다. 그러나 직업교육을 받지 않고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청년들은 취업 불안 때문에 졸업을 유예하고 노동시장 진출을 늦춘다. 대학 졸업을 유예한 경험이 있는 청년의 비율은 20%다. 또한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구하는데 걸리는 기간도 평균 1년 가까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청년들은 대학 다니면서 별도로 취업 준비한다고 돈 들인다. 결국 빚을 안고 노동시장에 진출한다. 대학 졸업자 5명중 3명은 빚을 안고 졸업하며 그 액수는 평균 1300만원이다.

한국의 청년고용문제가 양적으로 뿐 아니라 질적으로 악화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1990년대 중반의 청년실업율은 5%정도다. 지금에 비하면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실업은 노동수요에 비해서 노동공급이 많을 때 발생한다. 청년노동공급은 기본적으로 인구와 교육에 연동되어 있다. 어떤 교육을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가에 따라 노동공급이 달라진다.

지난 20년 사이 노동시장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있었다. 한국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는 기술혁신, 세계화, 인구 고령화에 직면했다. 기술혁신은 신제품개발로 노동수요를 늘리기도 했지만 자동화와 로봇화 등으로 노동수요를 줄이면서 소득격차 확대와 고용불안을 야기했다. 세계화는 제품 서비스시장의 확대를 가져왔지만 경쟁의 격화와 경제체제의 불안을 수반했다. 인구 고령화는 성장잠재력은 축소시키고 복지지출은 늘려 경제주체들의 부담이 커졌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고용기회 축소와 근로조건 악화의 문제로 나타났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노사관계 불안과 불합리한 고용관행도 청년고용문제를 악화시켰다. 이 문제 때문에 특히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강한 수출 대기업은 해외로 진출하고 수출이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는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신규인력 채용은 줄였고 채용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뽑았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사업을 외주나 하청으로 돌렸다. 결국 청년들이 가고 싶은 대기업의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일자리가 닫히면 중소기업이 대안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자본력이 좋은 대기업은 기술혁신과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면서 이에 따른 사업의 위험부담과 추가적인 부담은 중소기업에 전가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경영환경은 열악해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더욱 확대되어 왔다. 결국 중소기업도 청년들이 찾는 그런 일자리를 만들 수 없는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한국의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면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청년의 눈높이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모순이 청년고용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은 일반교육을 숭상하는 아카데미즘의 덫에 걸려있다. 한국의 교육은 기술 급변과 세계화 등에 개인이 적응할 수 있는 직업능력을 키우는 일은 간과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지 못한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춘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서 일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청년고용문제 꽉 막혀있다.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왔던가? 다음 칼럼에서 논하겠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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