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간 양보할 수 없는 요충지 ‘갈완계곡’...명확하지 않은 국경이 문제
3000~4000km 지역에서 인도-중국 국경 인접...하루아침에 해결 어려워

[한국정책신문=이상배 외교/안보 정책연구위원]

이 시간에도 지구상 어디선가는 민족, 국가, 정치, 자원, 종교적 갈등으로 전쟁과 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고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동반하는 전쟁과 분쟁이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그동안 대학에서 전쟁사를 가르치면서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지구상에서 발생되고 있는 전쟁과 분쟁의 주요 국면을 대륙별로 묶어서 연재(連載)하고자 한다.

이상배 본지 외교/안보 정책연구위원
이상배 본지 외교/안보 정책연구위원

최근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이 난투극을 벌여 사상자가 대량 발생했다. 양국 간 군사충돌은 비록 총격전은 없었지만 거친 몸싸움과 투석전이 벌어지면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충돌은 1975년 인도 서부 국경지역에서 발생했던 총격전 이후 처음이다. 

사실 인도와 중국 간 국경지역에서 발생한 전쟁과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측이 충돌한 ‘갈완계곡’은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북동쪽과 중국 티베트자치지구 남서쪽에 위치한 히말라야산 해발 4000~5000m 고지에 있는 인도-중국 간 국경지역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 지역에 ‘판공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로부터 중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악사이친까지 연결하는 통로에 아주 가파르고 좁은 협곡이 바로 ‘갈완계곡’이다.

사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자체가 상당히 불분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1947년 인도가 독립하고, 1949년 중국이 독립하면서 이후 양국의 히말라야 지역은 국경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다. 

물론 역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만 양국이 국경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악사이친 지역 즉, 중국은 티베트자치지구에서 신장 위구르지역까지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하면서부터 그 지역을 실효적으로 지배했다. 하지만 인도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국 간의 국경 분쟁은 촉발됐다. 

양국 간 국경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예전부터 이곳은 중국과 인도의 순찰대가 자주 부딪혔고, 급기야 2017년과 2019년에도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게 됐다. 양국은 이때부터 우발적인 교전을 막기 위해 그 지역에서 만큼은 비무장경계를 서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비무장으로 경계를 서다보니 양국 간 총격전은 없지만 몸싸움이 격렬해지고 투석전이나 쇠몽둥이 같은 것으로 싸우면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 할 수밖에 없었다.
 
인도와 중국의 외무장관은 이번 충돌 이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렇지만 현재 인도 내 분위기는 굉장히 좋지 않은 상태다. 인도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기저기서 반중 시위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방증(傍證)하고 있다.

 

 

매번 인도와 중국 간 국경분쟁에 있어 양국은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인도 측은 중국이 실질 통제선(LAC:Line of Actual Control)을 먼저 위반하고 인도 쪽으로 넘어와 중국 군용텐트를 설치했고, 인도군인이 그 텐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으면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중국 측은 갈완계곡에 있는 그 지역의 실질 통제선(LAC)을 인도군이 약속을 어기고 먼저 넘어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독립 이전부터 국경문제로 이해관계가 얽힌 곳이지만 해발 5000m가 넘는 갈완계곡의 북서쪽에 있는 아주 넓은 지역인 중국의 티베트자치지구와 신장 위구르자치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를 중국이 1950년대에 건설하면서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중국은 그 지역을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인도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다가 1962년 양국 간 전쟁이 발발하게 됐다. 당시 이 전쟁에서 인도가 크게 패하면서 지금의 악사이친 지역이 실질적으로 중국령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전쟁 이후에도 양국 간에는 실질 통제선(LAC)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분쟁은 계속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지역을 양국이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서북쪽의 약한 고리가 벌어져 티베트자치지구와 신장 위구르지역을 연결하는 중국도(中國道) 219번 도로가 연결되는 곳이기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950년대에 도로를 건설하게 되었고,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지역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곳이기에 결코 인도에 이것을 넘길 수 없는 것이다. 

또 이 지역은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왼쪽으로 돌아가면 파키스탄으로 연결되는 곳이기에 중국으로서는 인도에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도의 입장에서는 이 악사이친 지역이 어떤 지정학적 의미를 가질까? 

중국의 약한 고리인 티베트자치구와 신장 위구르지역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고, 또 전통적으로 자국의 영토였던 악사이친 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갈완계곡이다. 자국의 잠무카슈미르 지역 자체를 보호할 수 있는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로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잠무카슈미르 지역이 악사이친 지역하고 아주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도 서쪽부터 동쪽까지 거의 3000~4000km가 넘는 지역에 인도와 중국이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 방대한 지역에서 두 나라 간의 분쟁이 오랫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더구나 중국은 계속해서 인도 주변국에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인도는 이 부분에 맞서서 국경지대에 도로와 활주로 건설을 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유혈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인도와 중국 모두 확전을 원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전격적으로 양보하거나 혹은 인도에서 사과의 평화모드 국면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친미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인도 모디 총리 입장에선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 할 것이다. 중국의 해양굴기 일환인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 대응하는 상황은 계속 될 것임은 물론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이 최우선이기에 인도와는 더욱 친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도-중국 국경분쟁의 해결은 더욱 험난하고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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