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지배구조 개편 본격 돌입…금융계열사 법적 리스크 해소 나설듯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전격 합병하고 패션에서 레저, 건설과 상사까지 아우르는 매출액 34조원의 거대기업으로 발돋움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본격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마지막 퍼즐이 사실상 완성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은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이 기준 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 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양사는 오는 7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합병에 따른 대표 등 후속 인사와 다양한 사업부문별 운영체제 등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의 핵심 사업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 등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가 강화되면서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원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돼 부동산 및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2013년에는 구(舊)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2014년말에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해외영업을 주도해 왔다.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출처=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합병사 최대주주 등극...지배구조 개편 밑그림 완성

이번 양사의 합병을 놓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그룹 지배체제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 체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확보가 관건이었다. 시장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꾸준히 예상해왔다.

시장의 시나리오대로 양사가 합병함에 따라  이 부회장은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제일모직에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의 23.2%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로서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주요주주인 삼성물산 간 결합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점을 감안하면 양사간 합병에 따른 시너지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그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수순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합병으로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현재 제일모직 지분 23.2%를 가진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합병법인의 지분 16.5%를 보유하게 된다.

현재 제일모직 지분을 7.8%씩 보유하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은 각각 5.5%로, 제일모직 지분 3.4%와 삼성물산 지분 1.4%를 갖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2.9%로 낮아지게 된다.

또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는 물론, 삼성물산이 보유한 4%대 지분까지 확보해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서 기존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상당부분 해소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을 완성하게 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합병하고 삼성SDS·제일모직을 상장하는 한편 화학·방산부문을 한화그룹으로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하는 등 일련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양사간 합병에 대해 시장에서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에 대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제기돼왔던 시나리오"라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4.1%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제일모직의 순자산가치가 4조7천억원 가량인데다 시가총액도 상장 6개월 만에 22조원까지 늘어난 상태"라며 "삼성 측이 그룹 재편 과정에서 합병의 적기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심계열사 삼성전자 지배력도 한층 강화될듯

다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 후 삼성물산의 오너 일가 지분 합계는 30.4%에 달해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의 규제 대상이 된다.

재계에서는 인위적으로 오너 지분을 30% 아래로 줄여 규제를 피하려 할 수도 있었지만 삼성이 구태여 우회로를 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신 향후 합병법인을 통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와 삼성 SDS 지분 17.1%를 보유하고 있다. 추후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합병할 경우 삼성SDS 지분은 합병비율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2~3%로 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을 통해 직접 삼성전자 지분 약 7%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자유롭게 된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총자산 대비 계열사 주식·채권을 취득가가 아닌 '시가기준'으로 3%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만약 법이 통과되면 '3%룰'을 맞추기 위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은 삼성전자 지분 등 수조원에 달하는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작업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