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반대 땐 '시중은행' 성격…국가재난엔 '국책은행' 강조

[한국정책신문=이지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나라를 덮친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는 위축되고 국내 실물경제 지표는 무너지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며 '악소리'를 내고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대출이 필요한 이유는 한 가지다. 두 달 전으로 돌아가면 '경영 유지'가 대출이 필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제는 '생존'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전 국민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중소기업은행 노조는 엉뚱한 곳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은행이 PC-OFF 프로그램을 강제로 종료해 초과근무를 시켜 근로기준법·산별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며 은행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최근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중시되면서 초과 근무한 기업이 발각되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상식적으로 근무시간을 지키기 위해 도입한 PC-OFF제를 강제 종료하면서까지 초과근무를 시켰다면 기업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노조는 말로만 '국가적 재난사태'라고 하면서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는 듯하다.

국가적 재난사태로 기울어가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업무가 주 52시간을 초과했단 이유로 노조가 들고 일어난 것은 금융권을 넘어 일반 시민들도 공감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의문은 보도자료 내용 중 '국책은행'의 의미이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 대출로 인한 과도한 업무에 비해) 은행의 기존 이익 목표에는 한 치의 조정을 하지 않았다"면서 "공공기관이자 국책은행의 수장이 국가적 재난 상황을 타개하는 데 앞장서기는 커녕 방해하는 꼴"이라며 경고의 의미로 고발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앞서 노조가 지난 1월 윤 행장 취임 저지 운동을 할 때 반복적으로 언급한 '반대 이유'가 있다.

지난 1월14일 배포된 노조 측 자료를 보면 "기업은행이 지원하는 여신은 시중은행들도 같은 구조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책은행보다는 '시중은행' 성격이 더 강한 곳이 기업은행입니다. 이 부분에서 윤 전 수석은 은행업·금융업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바로 기업은행 성격이 '시중은행'과 가깝기 때문에 은행업 경력이 없다며 윤 행장을 반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국책은행', '공공기관' 역할을 강조하며 이익창출을 압박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자기모순에 빠진 모습이다.

기업은행은 최근 몇 년간 자영업자·소상공인·스타트업 등의 '동반자' 이미지로 부상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동반자'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차후에 상황이 진정되면 실적 목표치 조정은 기업은행 내부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지금 시급한 것은 국민의 생존이며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진정한 동반자가 돼야 한다.

기업은행 애플리케이션 i-ONE뱅크를 켜면 '우리는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동반자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에 더 집중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