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신문=한상오 국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생활이 달라졌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났고, 삼삼오오 모이던 소모임까지 자제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꺼리면서 결혼식, 장례식엔 축하객과 조문객이 줄었고 주일 종교 행사마저 참석을 만류하는 분위기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을 불편해하면서 자가 차량을 이용하는 숫자가 늘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시내 교통량도 현격히 줄었다. 퇴근 이후의 각종 모임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사람들은 귀갓길을 서두르기 일쑤다.  

이런 일상의 변화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음식·숙박업 등 자영업자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저소득층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택시기사들은 당장 일을 나가야 할지 아니면 쉬는 게 나을지 고민에 빠졌다. 개인택시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회사택시 운전자들은 일을 할수록 손해 본다고 하소연한다. 회사택시 기사들이 하루에 입금해야 할 사납금은 20만원에 육박한다. 오전, 오후 등 근무 시간에 따라 18만~21만원으로 차이나지만 요즘에는 하루에 버는 요금이 고작 4만~5만원 벌기도 버겁다. 결국 일하러 나오면 자기 돈으로 10여만 원을 보태야 겨우 사납금을 채울 수 있는 처지다.

최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 게시판에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서민들에게 ‘재난긴급소득  50만원을 지급하자’는 청원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표는 청원 글에서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인한 경제위기는 심각하고, 코로나 감염보다도 더 빠르게 우리 옆에 와있다”며 “택시기사는 수입이 줄어서 사납금을 내려면 자기 돈을 털어서 내느라 일을 나갈수록 손해라고 하고, 가사도우미를 하던 사람들은 당장 수입이 없어져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는 “사람이 버텨야 기업이 버티고 경제가 버틴다”며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당장 생계까지 위협받는 택시기사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택시회사 지원 등의 다른 대책으로는 택시회사의 배만 불릴 뿐 택시기사에겐 또 다른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을 수차례 경험했다. 사실 택시회사의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택시회사 운영에 대한 불합리는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특별히 개선됐다는 기억은 없다. 여론이 들끓을 땐 개선할 듯하다가 잠잠해지면 나 몰라라 하는 것이 택시관련 행정이었다.

이번 기회에 택시제도에 대한 전향적인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택시회사와 개인택시 조합에 끌려 다니며 치른 사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들은 대중교통과 공공성이란 미명아래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정작 소비자와 택시운전자의 삶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택시요금은 올라도 서비스는 개선된 적이 없고, 택시기사들 살림살이도 나아진 게 없다. 그 많은 지원금이 소비자나 근로자와는 상관없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지 않을까?

수년 전부터 택시제도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자는 제안이 있었다. 택시회사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끊고, 개인택시를 등록제로 전환하자는 발상이다. 운전자가 직접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관리, 감독과 교육을 강화해서 택시 서비스를 제고하자는 얘기다.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는 개인택시는 재산권을 인정하고 적정한 가격을 매겨 정부와 지자체에서 순차적으로 매입해주자는 실제적인 방안도 제시된 바 있다. 회사택시에 지원하는 예산을 개인택시 매입자금으로 활용하면 그 사회적 비용이 훨씬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때 기업에서 은퇴하는 사람들의 작은 소망이 개인택시였다. 1억 원 남짓에 거래되는 개인택시를 사서 노후를 지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개인택시를 사기 위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마을버스나 택시회사를 2~3년씩 운전하는 사례도 많다.

55~60세에 은퇴하면 당장 수입원이 불투명해진다. 작은 가게라도 개업하려면 최소 2~3억 원은 들어가기 일쑤다. 대부분 치킨집이나 베이커리 등을 선호하지만 개업 후 1년을 버티는 경우는 드물다. 퇴직금이나 은퇴자금에서 1억 원 정도를 투자하고 자영업으로 할 수 있는 개인택시가 각광을 받았던 이유다. 개인사업의 택시제도는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 든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의 성공 확률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서로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가 개선되는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사납금 채우기에 급급한  회사택시보다 개인택시가 손님에게 친절하듯이 자기 사업으로서의 택시는 서비스 경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충분한 소재가 된다.

물론 사전에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택시운전자 자격시험과 인성교육 등 제도 보완은 필수다.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택시공제사업도 손을 봐야 할 게 여러 항목 있다. 개인택시와 기존 회사택시의 반발도 예상보다 클 수 있다. 특히 선거철을 앞두고 목소리가 커지는 그동안의 관행을 감안하면 정치권은 여당과 야당 모두 난감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택시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적 이슈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들어간 사회적 비용도 문제지만 앞으로도 그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수할 것인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 소비자와 택시운전자가 함께 참여하는 택시제도의 전향적인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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