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 자발성, 전문성

[한국정책신문=최인철 기자]한국식 팬덤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워낙 탄탄하게 움직이다 보니 해외 아티스트들도 한국식 팬덤에 한번 빠지면 도통 헤어나질 못한다. 브래드 피트 등 글로벌 유명인사들도 한번 한국을 찾은 후 자발적이고 열정적이면서도 기발한 이벤트로 스타를 맞이하는 한국식 팬덤에 매료돼 헐리우드 동료들에게 한국행을 추천할 정도다.

한국식 팬덤의 놀라운 점은 풍부한 컨텐츠다. 단순하게 사무소나 방송국 등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서 팬들이 자발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해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국식 자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팬들이 생일에 맞춰 사회공헌활동이나 눈에띄는 아이디어를 통해 국내외에서 스타들을 돋보이게 하는 기부활동도 활발하다.

한국식 팬덤의 특성은 커뮤니티에서 나누는 '연대의식'이다. 아이돌 팬 사이트에선 자유롭게 자신들의 스타들을 빛날 각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앨범발표나 컴백에 맞춰 총공(총공격)에 나선다. 우주소녀 팬덤인 우정이 신년초 '이루리'앨범을 신년 대표 곡으로 만들어낸 저력이 대표적이다. '벚꽃엔딩'에 버금가는 시즌송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한국식 팬덤을 대표하는 '광고판'은 이미 국내외에 잘알려져 있고 해외 팬덤들이 따라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팬들이 한국 내에 게재된 아티스트 광고의 수는 2016년 542건에서 2018년에는 2008건으로 급증했다. 아티스트의 생일이나 컴백을 기념하는 '광고판'은 각국 주요 랜드마크에서 정례화하고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절정을 찍는다. 광고판 비용은 팬들이 모집한다.

전문성을 가진 팬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세계에 K-POP를 알린 일등공신은 뮤직비디오, 각종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동영상에 자발적으로 나라별 언어자막을 입힌 팬들의 자발성이다. 번역의 질도 굉장히 높아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최근 한국 아티스트들이 가장 활발하게 제공하는 동영상인 'V LIVE'에 붙는 다국어 자막은 주로 시청자에 의한 자막 작성 커뮤니티 'V Fansubs'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일본어나 영어 뿐만 아니라, 중국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포르투갈어, 터키어, 아랍어, 타갈로그어 등 다양한 언어의 자막이 팬의 손에 의해 작성된다. 아티스트의 SNS 게시나 미디어, 콘서트에서의 발언은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번역되고 있으며 SNS상에는 번역 전문 팬 계정이 각 언어마다 다수 존재하고 있다.

팬덤들간의 경쟁도 전쟁을 방불케한다. 한국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아티스트를 1위로 만들기 위해 앨범 티저부터 본격적인 출시에 이어 활동기간내내 열정적으로 순위 올리기에 참여한다. 물론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신곡 스트리밍을 하는 총공 등은 매우 조직적이다.

이렇다보니 아티스트가 수상소감에 팬덤을 언급하는 것은 거의 필수다. BTS의 '아미', 트와이스의 '원스', 블랙핑크의 '블링크', 우주소녀의 '우정' 등이 그 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