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대우조선해양 매각 과정에서 한차례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이번엔 KDB생명보험 매각과 관련해 ‘빼먹기’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산은이 자회사 KDB생명의 매각 성공 시 경영진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비난의 시선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DB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매각에 성공할 경우 매각금액에 따라 사장에게 최저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수석부사장에게는 사장 성과보수의 최대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매각 성공 시 성과보수는 사장 30억원, 수석부사장 15억원 등 무려 45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번 인센티브 지급에 대해 업계에선 KDB생명의 매각에 속도를 붙이기 위한 이동걸 산은 회장의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연내 KDB생명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의혹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KDB생명 경영진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사실상 국민의 ‘혈세’라는 점에서 과연 거액의 인센티브 지급이 적절하냐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산은은 지난 2009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떠안았다. 산은은 당초 5년 내 매각을 목표로 KDB생명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연이어 매각에 실패하며 추가로 5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수십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더라도 KDB생명의 매각을 빨리 성사시켜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빠지게 된 책임은 1차적으로 산은에 있다. 산은은 그동안 산은 출신 인사들을 KDB생명 고위직 자리에 앉혀 회사의 경영 상태를 더욱 악화시켜왔다.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지만 산은은 이를 외면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인센티브 지급은 이동걸 회장의 ‘측근 돌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센티브 지급 대상인 KDB생명 수석부사장 자리에는 백인균 현 산은 부행장이 내정된 상태다.

또 다른 지급 대상인 정재욱 KDB생명 사장은 산은 출신은 아니지만 이 회장의 측근으로 통한다. 정 사장은 지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금융연구원에 근무했는데, 이 회장과 재직 기간(2000~2003년)이 겹쳐 취임 때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 인수·합병(M&A) 성과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자 국책은행인 산은이 국민의 세금을 쏟아부은 회사를 매각하는 대가로 수십억원의 인센티브를 담당자들에게 챙겨주는 것이 과연 형평에 맞는 일인지 따져볼 필요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