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양산 죄책감 더는 '길트프리' 쇼핑族에 부응해 썩는 플라스틱 등 개발 노력

생분해가 가능한 코멕스 '자연으로 돌아가는 바른용기'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플라스틱·비닐 폐기물의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과도한 쓰레기 양산을 지양하는 ‘길트-프리(Guilt-Free)’ 쇼핑이 소비의 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기업들도 탈(脫) 플라스틱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2030년까지 정부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절반 이상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단순 배출량 감소를 넘어 썩어서 없어질 수 있는 생분해 플라스틱 등 신소재 개발에 힘쓰는 기업도 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이 집계한 우리 국민의 한 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6년 기준 98.2kg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비닐봉지 사용량도 한 해 1인당 420개(2015년 기준)로 압도적이다. 

환경부 추산 국내 생활 플라스틱 폐기물의 하루 평균 배출량은 2016년 5488t에서 2017년 8164t으로 48.8%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이 결국 다시 식탁에 오른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무게인 5g의 플라스틱을 생활 속에서 먹고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50% 감축한다는 발표를 내놓은 이유다.

세계적인 환경 보호 흐름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 역시 환경 오염에 대한 죄책감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당 분야 연구에 적극 앞장서는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주방·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코멕스는 업계 최초로 ‘산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의 주방용품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리즈를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리즈는 산화 생분해성 원료인TGR®을 첨가해 제품 폐기 후 산화 생분해 기간을 거쳐 제품이 자연스럽게 썩는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이다. 

제품 사용 시점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사용 후 폐기되면 미생물·온도·수분 등에 의해 분해된다. 

플라스틱 밀폐용기 라인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바른용기’, 위생장갑·위생백·지퍼백 라인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모용품’, 다회용 접시 및 찬기 라인인 ‘자연으로 돌아가는 다회용기’ 등 다양한 제품군이 출시됐다.  

이어 코멕스는 100% 식물성 소재의 자연친화적인 식기 ‘자연에서 온 그릇’도 최근 내놨다. 옥수수 줄기 추출물, 옥수수 전분, 식물 추출 성분 등 100% 식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이다. 식기 자체는 물론 프린팅 된 염료와 접착 성분까지 식물성 소재라 비스페놀-A, 멜라민 등의 화학물질이나 유해물질이 없는 ‘노케미(No-chemi)’ 제품이다. 

배달 서비스 확산으로 일회용품 쓰레기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생분해 소재를 사용한 종이 식품용기를 선보였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자영업자 식자재 및 배달 비품 쇼핑몰 ‘배민상회’를 통해서다. 

플라스틱으로 코팅해 자연 분해가 어려운 일반 용기와 달리 흙이나 물에 매립해도 생분해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포장이 적용된 제품은 종이용기 2종, 종이뚜껑 2종, 식품지, 종이포장, 종이포장 젓가락 등 7개다. 

SSG닷컴은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아예 전용 보냉 가방을 제작해 소비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새벽배송의 과대 포장 문제와 이에 따른 스티로폼박스, 비닐 등 지나친 재활용 쓰레기 배출 우려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내 대표 화장품·생활용품기업 LG생활건강은 지난해 9월부터 모든 섬유유연제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 성분을 배제하고 있다.

대개 미세 플라스틱 향기 캡슐은 향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향을 감싸는 형태로 섬유유연제에 함유돼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헹굼 과정에서 상당수 생활하수로 유입되며 일부는 옷감에 붙어 피부와 직·간접적으로 접촉 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름 5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을 화장품에 넣지 못하도록 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한 화장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화학기업들도 플라스틱·비닐 소재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SK계열의 SKC는 한국 델몬트의 ‘바나나 트윈팩’ 포장재로 PLA 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이 필름은 땅에 묻으면 14주 만에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소재라 환경오염이 없는 게 특징이다. 

SKC는 여러 고객사와 공급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회사 종이가방에도 기존 PE필름 대신 생분해 필름을 사용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PLA 필름 이외에도 SKC는 현재 친환경을 사업의 주요 방향으로 삼고 관련 제품을 늘려나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거대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택배 배송으로 인해 많은 재활용품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유통업계, 플라스틱 용기를 많이 사용하는 식품 및 생활용품 업계 등 소비자 일상과 밀접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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