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 시각도…미국 정부 규제 직면

페이스북이 지난 18일 공개한 자체발행 암호화폐 리브라의 주요 파트너사.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페이스북이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브라(Libra)’에 대한 백서를 공개했다. 월간 이용자 24억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소셜 플랫폼인 페이스북이 내년 상반기 암호화폐 발행을 공식화해 사실상 독점적 사업자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페이스북이 미국 정부의 규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암호화폐 ‘리브라’에 관한 백서를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비트코인을 넘어서는 주류 암호화폐가 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백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20년까지 메신저와 왓츠앱 등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암호화폐로 물건 구매와 송금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2020년 리브라를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도입한 이후에는 5년 안에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개인 간 송금 기능에서 온·오프라인 상거래 결제용 암호화폐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20일 미국 CNBC에 따르면 페이스북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이 오는 7월 16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다. 마커스 부사장은 은행위 공청회에서 페이스북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문제가 됐던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에 관해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백서에서 암호화폐 리브라가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금이나 석유 등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물리적 자산에 가치를 연동시킨 암호화폐다. 일반 법정 화폐와 같이 가치 변동폭을 적게 만들어 전세계 이용자들이 실생활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존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막대한 시가총액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투기와 투자 수단으로 이용되는 건 가치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실제 자산을 기반을 두고 발행 화폐 가치만큼 예비금을 비축할 예정이다. 실제 자산에는 중앙은행의 예치금 및 정부 발행 유가증권 등이 포함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의 가치는 예비금에 효과적으로 연동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스북>

또한 리브라로 발생되는 금융 데이터를 사회적 데이터와 분리하기 위해 자회사 ‘칼리브라(Calibra)’를 구축하고 있다. 칼리브라는 디지털 지갑 혹은 써드파티 지갑앱을 출시해 리브라로 결제 및 송금이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한편 페이스북은 백서에서 리브라를 운영할 비영리 컨소시엄 ‘리브라 협회(Association)’를 세워 암호화폐를 중립적이고 비영리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한 이유도 그만큼 중립적이고 국제기구를 표방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의지를 보여준다. 

리브라 협회는 현재 페이스북을 포함 우버, 비자, 코인베이스, 이베이, 페이팔, 스포티파이 등 결제 업체부터 블록체인 기술 업체까지 총 27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정식 출시되기 전까지 총 100개의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각각 10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리브라 생산 및 소멸할 권리를 가진다. 또한 기금 조달, 보상 프로그램 등을 담당한다. 다만 올해까지만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현재 은행 계좌가 없는 10억명의 인구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리브라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청구서를 지불하고, 코드를 스캔해 커피를 구입하며, 현금이나 교통카드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리브라로 대출, 신용 거래 등 모든 종류의 금융 상품과도 연계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리브라 송금과 결제 및 보관을 위한 암호화폐 지갑 칼리브라를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며 “이번 프로젝트는 당국 규제를 받으며 프라이버시 등 주요 정보들은 페이스북과 별도로 관리·보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리브라를 만드는 진짜 이유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 기업들이 포털과 메신저 서비스 외에 페이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익 구조는 결제 수수료가 아닌 광고와 쇼핑, 기업 대상 비즈니스 서비스 등에서 창출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몇 년새 소셜네트워크의 수익 증가세가 둔화돼 페이스북이 새로운 방법으로 수익 창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리브라가 잠재적으로 결제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페이스북이 내년 상반기에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을 공식화했지만 아직 기술적 한계가 적지 않다. 그 중 한 가지가 거래 속도 기술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코인은 프로토타입 단계”이며 “리브라 블록체인이 처음 출시될 때 초당 1000건의 트랜잭션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비자는 현재 초당 2만40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이외 각국의 규제를 수용하면서 어떻게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각국의 규제 기관들은 리브라 코인이 상용화되면 자금 세탁과 테러리스트 자금 모집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보인다.

미국 의회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발행 백서를 내놓자마자 암호화폐 위험 요소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코인 발행 계획을 잠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브루노 르메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리브라는 기존 화폐 대체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영국 잉글랜드 중앙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도 리브라 코인에 우려를 나타내며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우려에 페이스북은 이날 IT전문 미디어 테크크런치를 통해 “서비스 지역은 해당 국가와 고객들이 결정할 몫”이며 “암호화폐를 반대하는 국가에는 출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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