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타·메디톡신, 각각 '유럽·중국' 허가 일정에 차질…각종 의혹에 '몸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본사 전경 <각 사 제공>

[한국정책신문=이해선 기자] 수년째 이어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톨리눔톡신(이하 보톡스) 균주 출처 공방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갖가지 구설이 쏟아지며 양사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출시에 이어 유럽 진출을 노렸던 대웅제약 ‘나보타’는 이례적으로 유럽 승인이 지연되는가 하면 메디톡스는 불량 보톡스 논란에 중국 허가까지 늦어지며 각종 의혹을 키우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각각 유럽과 중국 시장 진출 일정에 차질을 겪고 있다.

먼저 3개월 내 유럽의약품청(EMA) 허가획득을 자신하며 현지 파트너사를 물색 중이라던 대웅제약은 예상했던 기간 내에 나보타(유럽명 누시바)의 유럽 허가를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월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나보타에 대해 ‘허가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90일 이내, 즉 오는 7월 중 나보타의 유럽 허가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여 졌다.

하지만 지난 10일(현지시각) 대웅제약의 파트너사 에볼루스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나보타의 허가신청과 관련해 보완자료 제출을 요구했음을 밝혔다. 사실상 7월 중 허가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유럽 승인이 지연되는 것이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일각에서는 나보타의 균주 출처 논란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16년부터 메디톡스와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둔 공방을 이어왔고 최근 메디톡스의 제소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대웅제약에 나보타의 보툴리눔 균주 및 관련 서류 제출을 명령한 바 있다. 만약 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대웅제약의 나보타 미국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유럽 승인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메디톡스 역시 최근 연이은 악재가 쏟아지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ITC의 명령이 있은 후 국내에서는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제조번호를 마음대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을 쓰는 등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데 이어 멸균 과정 없이 오염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전 직원의 공익신고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이은 논란에 상반기 승인이 예상됐던 메디톡신의 중국 허가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리포트를 통해 “메디톡신 중국 허가 예상 날짜가 7월 29일에서 8월 5일로 변경됐다”며 “허가예상 날짜는 주간 단위로 업데이트되며 연장되는 것으로 추정, 허가 심사 정지기간 지속에 따라 허가 시점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구 연구원은 “메디톡신의 경쟁제품인 입센의 디스포트는 메디톡스 보다 늦게 중국 허가를 신청했으나 지난달 허가 심사를 완료했다”며 우려의 뜻을 전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2월, 입센은 9월 각각 중국 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각종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불확실성을 떨쳐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앞선 인보사 사태로 인해 커진 불안감이 더해지며 업계의 우려는 한층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각종 의혹의 배경에 경쟁사가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수년째 벌이고 있는 보톡스 공방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잇따른 악재가 더해지는 것이 우연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며 “결국 길어진 공방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발목을 잡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업체에서 제기되는 잇따른 의혹만으로도 글로벌시장에서 K-바이오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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