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영향 큰 LG유플러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행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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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중국이 미국 화웨이 제재에 맞서 지난 4일부터 5일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아닉스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을 불러들여 미국 대중 제재에 협조할 경우 ‘비참한 결과(dire consequences)’에 직면할 거라는 등 강력한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일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라는 공개 발언도 나와 국내 IT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일~5일 중국과 거래하는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과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미중 무역 분쟁 격화로 중국에 투자했던 국외 기업들이 장기적인 위험 회피를 위해 생산거점 이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표준적인 다각화 차원을 넘어서는 움직임은 처벌(punishment)"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환된 기업들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암(ARM) 등 글로벌 IT 업체가 다수 포함됐다. 이에 중국 정부가 직접 거론은 안했지만 미국의 화웨이 압박에 대해 적극 방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와 파트너사로 협력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110여곳이며, 중국 현지 생산법인으로 진출한 국내 4대 그룹 계열사는 30~40곳에 이른다. 국내 기업이 중국 현지 업체와 합작 형태로 투자한 자금만 수십조원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지난해부터 7조9000억원을 투자해 시안 낸드플래시 2공장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을 생산하며 지난 4월 9500억원을 들여 우시 공장을 증설하고 전체 D램 생산량의 절반을 만든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 부품을 화웨이에 납품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모듈과 같은 스마트폰 부품을 연간 12조원 규모로 사들였다. 화웨이가 구입하는 금액이 국내 대중 수출 금액의 6.6%를 차지한다. 

LG전자는 난징·타이저우·친황다오·칭다오 등 중국 8개 지역에서 가전, 휴대폰, 자동차 전장 텔레매틱스 생산라인을 가동 생산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라인에 2017년부터 5조원을 투자해 올 하반기부터 양산 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8200억원을 들여 중국 최대 완성차업체인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해 창저우에 배터리 셀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4000억원을 투자한 배터리 소재 생산 공장도 착공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 총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업체에 대해서 매출거래 과정의 중국 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5월부터 1년 넘게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과징금이 최대 1조원을 넘을 수 있어 화웨이 제재 사태가 빌미가 돼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해당 기업들은 이번 미중 무역 갈등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 5일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클라우드의 미래’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5G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지금 내리는 (5G 보안 관련) 결정이 앞으로 수십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국내 IT업계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화웨이를 퇴출하기 위해 나섰다고 보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올린 후 인텔, 퀄컴, 자이링스, 브로드컴 등 주요 침 제조업체들이 같은달 19일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이같은 미국의 노골적인 화웨이 제재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LG유플러스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장비 30%를 화웨이에 의존하고 있다. 2011년 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가입자가 급증하자 2013년 LTE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에도 보안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투자재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LG유플러스는 초기 비용이 저렴한 화웨이를 선택했다.

LG유플러스는 5G망을 구축하는데도 LTE와의 호환성이 필수적이라 서울과 수도권, 강원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LG유플러스가 LTE와 5G 간 연동과 관계없이 화웨이를 제품을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비용과 기술력 이점을 우선시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신설 LTE 기지국에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고 있어 장비사 변경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화웨이의 LTE 기지국 송수신장치와 중계장치에 대한 국립전파연구원의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측은 동일 제조사 LTE와 5G 장비 간 연동과 관련해 "(일본)소프트뱅크는 미국 이통사 인수합병 문제가 걸려 있어 거액을 투자해 LTE를 교체할 수 있겠지만 막대한 비용과 고객 통신 두절 등 위험을 무릅쓰고 LTE와 5G 장비를 교체할 이통사는 없을 것"이라며 "화웨이가 한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이 수출액보다 10배 이상 많고 우리나라 무역의존도도 미국보다 중국이 높은 상황에서 화웨이 배제 등을 섣불리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작년 12월 화웨이의 LTE 장비를 다른 업체 장비로 전면 교체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 5G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했었다.

업계는 LG유플러스가 기지국 장비 물량을 선확보했고 화웨이도 필요 부품을 확보해 3~6개월 가량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될 경우 국가적 불이익이 초래될 것에 우려하고 있다.

이외 SK텔레콤과 KT는 유선 장비로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미국이 현재 화웨이의 5G 장비만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점차 그 범위를 확대시킬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화웨이와의 관계는 기업에 맡기는 것으로 기본 입장을 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군사안보통신망이 (화웨이 관련 장비와) 확실하게 분리돼 있다”며 화웨이 인프라가 문제되는 여타 국가와는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9일 미국의 화웨이 제재 동참 여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정해야할 부분이라고 입장을 재확인시켰다.

지난 4월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확장팹(C2F)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공장 준공을 알리는 단추를 누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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