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전 행장 '남산 3억원 사건' 무혐의 처분 받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위 전 행장이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조용병 현 신한금융 회장과 다시 한번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지난 2008년 2월 신한금융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노만석)는 지난 4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수사 권고한 남산 3억원 사건 관련 재수사 결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을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위 전 행장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당초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밀려난 듯했던 위 전 행장이 법률 리스크에서 벗어남에 따라 상황이 바뀌었다. 위 전 행장이 조 회장의 연임에 강력한 경쟁 상대로 급부상하면서 ‘리턴 매치’가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앞서 위 전 행장과 조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두고 두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지난 2015년 신한은행장 선임 당시 유력한 행장 후보로 꼽혔던 위 전 행장은 조 회장에게 아쉽게 자리를 내줬다. 지난 2017년 신한금융 회장직을 두고 펼친 경쟁에서는 위 전 행장이 자진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조 회장이 회장직을 차지했다.

당시 이를 두고 업계에선 위 전 행장이 회장 대신 신한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겨 차기 회장직에 도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위 전 행장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신한금융 계열사 인사에서 임기 3개월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21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새 신한은행장 후보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사 발표 직후 위 전 행장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스럽다”며, “왜 임기 중간에 인사를 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인사 일정이 예정보다 약 2개월 앞당겨 이뤄진 데다, 위 전 행장이 임기를 채 마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교체가 결정되면서 업계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위 전 행장은 “할 말은 많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고 싶다”며, “앞으로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위 전 행장이 차기 회장직 도전을 염두에 두고 말을 아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조 회장에겐 채용비리 재판이라는 변수가 있어 누가 차기 회장에 오를지는 예측 불가한 상황이다.

현재 조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는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며 외부청탁 지원자, 부서장 이상 자녀 30명의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3대1로 맞추기 위해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신한금융 차기 회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차기 회장 후보는 현 회장 임기 만료 2개월 전까지 선출돼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에는 차기 회장 후보자를 뽑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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