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프로젝트' 담당 부사장은 영장 기각…檢 재청구 여부 결정

삼성전자 사옥.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및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부사장이 5일 구속됐다. 이로써 지난달 구속된 삼성전자 부사장 2명을 포함 삼성전자 부사장급 3명이 구속된 상태다. 

5일 새벽 구속된 부사장은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이모씨로 지난달 25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과 인사팀 박모 부사장이 구속된 지 11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안모씨와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이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여부를 심리한 뒤 이 부사장에게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이 부사장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범죄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피의자의 지위와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안 부사장에 대해서는 “범행에서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역할, 관여 정도, 관련 증거가 수집된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사유를 들었다.

삼성전자 부사장 안모씨와 이모씨는 과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후신인 사업지원TF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받은 뒤 같은 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회계 자료 및 내부 보고서 인멸 방침을 정하는 등 검찰 수사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논의 이후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실무직원들이 공용서버와 직원 노트북을 각기 공장 바닥과 자택에 은닉하고, 직원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JY’, ‘합병’, ‘콜옵션’, ‘미전실’ 등의 수사 단서가 될 단어들이 포함된 문서들을 조직적으로 삭제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돼 드러난 삼성바이오의 내부파일 가운데는 이재용 부회장이 바이오젠 대표와 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과 콜옵션 행사에 대해 논의한 것과 삼성에피스로부터 관련 진행상황을 보고받은 통화녹취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구속 심사에서 안·이 부사장은 이 같은 혐의를 부하 직원들이 자신들의 지시를 오해했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부사장은 특히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에피스의 지분을 획득했을 때 삼성바이오가 지분을 되사는 방안을 논의한 이른바 ‘프로젝트 오로라’의 담당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 만들어져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 전반에 대한 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회계 기준을 바꾼 이유로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기 때문이라 설명했으나, 검찰은 오로라 프로젝트를 가동해 지배력 유지 방안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핵심 재무통으로 분식회계 의혹은 물론, 안 부사장과 동일하게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검찰이 주목하고 있다.

또한 앞서 구속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 부사장과 인사팀 박 부사장은 증거인멸 작업이 시작된 지난해 5월 전무로서 안·이 부사장의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안 부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안 부사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5월 5일 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김모씨, 인사팀 부사장 박모씨에 대해서도 지난달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김 대표를 제외한 부사장 2명에게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윗선 규명을 위해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정현호 사장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여진다. 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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