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공식입장 없이 '묵묵무답'…환자·주주 줄소송에 책임론 불가피

<코오롱 홈페이지 캡처>

[한국정책신문=이해선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허가 취소 결정에 따라 코오롱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으며 선 긋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웅렬 전 회장이 인보사를 ‘네번째 자식’이라 칭하며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했을 뿐 아니라, 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오롱이 티슈진과 코오롱생과의 최대주주인 만큼 이번 사태에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취소 결정을 발표한 후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은 물론이며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허가취소 결정 발표 전인 27일과 금일(30일) 종가기준을 비교해 살펴보면 △코오롱생명과학(2만8250→2만400원) △코오롱티슈진(거래정지) △코오롱코오롱인더(4만3950→4만1200원) △코오롱(1만9050→1만7550) △코오롱글로벌(9310원→8810원) △코오롱플라스틱(5260원→4975원) 등이다. 

지난 1998년 당시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연구개발을 시작한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 허가를 받고 그해 11월 ‘국내 29호 신약’ 타이틀을 달고 출시됐다.

이웅렬 전 회장이 인보사의 개발부터 출시까지 19년간 쏟아 부은 개발비는 1100억원에 달하며, 정부에서 받은 지원 규모는 최소 147억7250만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지어 인보사 개발책임자는 지난해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 3월 인보사의 주요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며 이달 결국 허가취소 결정까지 내려짐에 따라 그간 인보사의 영광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주사 외에는 적절한 약물적 치료제가 부재했던 상황에서 한국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등장에 고액을 내고 주사제를 투여 받은 3700여명의 환자들은 이제 장기추적 대상이 돼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말 주요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파악하고 자체적으로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던 코오롱생명과학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고의성과 은폐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실사 결과 회사 측이 개발 과정에서 주요세포가 변경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품목허가 신청을 강행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인보사의 허가취소 뿐 아니라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대표에 관한 형사고발 계획도 밝혔다.

식약처에 허가취소 결정은 인보사의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은 물론 투여 환자와 시민단체가 제기한 소송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과 판매권을 가진 코오롱생명과학은 투약 환자들과 주주들의 줄소송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지난 28일 코오롱 생명과학과 코오롱 티슈진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고 법무법인 한누리는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한 주주공동소송을 오는 31일 제기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인보사를 ‘네번째 자식’으로 칭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이웅렬 전 회장이 이번 사태가 터지기 몇 달 전 퇴임한 것도 미리 해당 문제를 알고 계획한 일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이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을 비롯한 5개 계열사에서 받은 퇴직금은 410억원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지금으로선 어떠한 입장도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제2의 황우석 사태로까지 불리울 정도로 파장이 커짐에 따라 코오롱그룹 전반에 대한 기업 신뢰도 하락은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업계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과 코오롱 모두 문제가 발생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로 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있겠지만 코오롱그룹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