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와 인력문제 지속으로 중소업체 해결책 마련되어야...

 

산업통상자원부, 첨단뿌리기술 66개 선정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 이하 산업부)3() 첨단뿌리기술 66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66개 첨단뿌리기술에는 기존 구리선에 비해 100배 이상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초전도 선재(super conductive wire) 제작 표면처리기술과 반도체 처리속도를 7배 이상 향상시킬 용접/접합기술 등의 혁신 기술들이 다수 포함되어 관련 제품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산업부는 선정한 66개 기술 중 12개 기술을 우선적으로 올해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을 통해 293억 원을 지원하고, 첨단뿌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외 글로벌기업과의 매칭사업(‘1530억 원) 등의 해외시장 개척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뿌리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반기면서도,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근본적 문제 해결이 우선 시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뿌리산업 개요와 현황
 
우선, ‘뿌리산업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최종 제품에 내재(內在)되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명명(命名)된 것으로,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6대 공정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을 의미한다.
 
▲ 뿌리산업 개념도, 한국산업단지공단, 뿌리산업의 현황과 발전방향, 2013
 
이들 6개 업종의 뿌리산업은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IT 등 우리나라 대표 제조업의 기초이자 근간이 되는 중요한 산업이며, 타 산업과의 연계성도 높아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가령, 자동차 1대의 소요부품 중 뿌리기술이 사용되는 부품은 약 22,500여개로 전체의 90%를 차지하며, 공기 1대 생산 시 부품은 27만개(90%)가 사용되고,스마트폰 등 IT 제품에도 뿌리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 최신 스마트폰에 적용된 다양한 뿌리산업기술, 산업연구원, 2013
 
2011년 말 기준 국내 뿌리산업의 생산액 규모는 80.4조 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국 제조업 공장등록업체 153,942개 중 20,409가 운영 중으로(2012년 말 기준) 전체 제조업의 13.3%를 차지하고 있다.
 
뿌리산업의 종사자 수는 약 35만 명으로 전체 제조업 고용의 10.6%를 차지하고 있으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입지한 뿌리기업들이 전체의 55.1%를 차지하여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한국산업단지공단 공장설립온라인지원시스템 분석)
 
지식경제부는 국내 뿌리산업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 뿌리산업 성장 전망,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2011
 
국내 뿌리산업의 문제점
 
앞서 업계 관계자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뿌리산업은 심각한 어려움 속에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기업 규모가 영세할수록 더 크게 해당 기업들에게 작용하고 있다.
 
산업경쟁력 취약
 
국내 뿌리산업은 금형이나 용접의 경우 선진국과 비슷하거나 선진국을 뛰어넘는 수준이나, 그 외의 업종인 주조 및 단조, 열처리, 표면처리 등은 선진국에 뒤쳐진 상황이며, 1인당 부가가치 또한 선진국의 71.2%의 수준에 불과하다.
 
입지난 가중
 
도금, 주물 등의 뿌리산업은 대표적 환경유해업종으로 간주되어 공장의 신/증설 제약과 집단이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뿌리기업 과반 수 이상이 위치한 수도권은 해당 지자체의 환경유해업종 입지제한 지침에 의거하여 주요 뿌리산업(도금, 주물 등) 업체들의 신규 입지를 제한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 설정, 공장총량제,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의 규제로 뿌리기업들의 신/증축을 제한하는 상황이라, 수도권 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규모의 영세화와 인력난 지속
 
국내 전체 뿌리기업의 99.6%는 중소기업이며, 업체당 고용규모도 17명으로 전체 제조업 평균 21명보다 적은 상황이다. 업체당 부지면적도 2,533으로 전체 제조업 평균 4,348에 비해 턱없이 작다. 이처럼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으며, 현장 근로자의 고령화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또한,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뿌리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59만 원으로 조사되어 제조업종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은 뿌리산업이 전형적인 3D 업종으로 인식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청년층의 취업 기피로 인해 뿌리산업 전문 인력의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등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뿌리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뿌리산업 공장은 작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제조공정의 특성상 환경유해물질의 취급과 발생이 불가피해 님비(NIMBY)시설로 취급당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부산 신평/장림일반산업단지에서는 염색, 도금, 피혁 등의 생산 공정상 폐수 및 악취가 발생하여 지역주민과 갈등이 있었고, 이로 인해 지역 내 민원 증가로 집단이전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진해/마천일반단지는 부산 사상구 일대 주물업체들을 집단화해 1992년 조성되었으나 지역주민들의 민원 지속으로 밀양 하남단지로의 재 이전을 추진 중에 있다.
 
사회구성 전체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2010년부터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전략을 추진하여, 뿌리산업의 구조고도화, 인력 공급시스템 확충, 기업 경영여건 개선, 기술 역량 강화 등 4개 핵심 전략과 11개 정책과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20117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제정과 함께 20121월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제정하여 국내 뿌리산업 육성/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법제화를 추진하였다. 더불어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와 주요도시 뿌리기술지원센터 등을 통해 R&D 등의 각종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환경오염과 근로복지 문제 등에 민감한 요즘, 지속적으로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뿌리산업이 활성화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산업기피를 통한 입지부족, 인력난 악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뿌리산업을 3D(Digital, Decent, Dynamic) 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수도권 지역에 산재한 입지 관련 문제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공장총량제 등의 각종 법/규제가 수도권 내의 뿌리공장 신/증설을 막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본 지와 인터뷰한 경기도 고양시의 한 뿌리기업 대표는 법적 규제와 과밀부담금부과,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해외 공장 이전 또는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상황이다라며, “수출과 R&D 등 여러 지원 정책들의 추진도 좋지만,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근본적 문제 해결에 더욱 힘써 달라고 말했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앞 다투어 산업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산재한 국내 뿌리산업 문제점 해결을 위해 사회 구성원 전체의 노력과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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