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업계 인수 후보들 '짝짓기'에 부산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넥슨 매각 본 입찰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넥슨 매각 주간사는 기존 본 입찰 마감일이었던 24일에서 오는 31일까지 본 입찰을 또 미뤘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매각 주간사인 도이치증권 뉴욕 지점과 모건스탠리 멘로파크 지점은 24일 예정됐던 넥슨 매각의 본 입찰 일정을 31일까지 일주일 연장했다. 매각 주간사는 미국 등 해외 전략적 투자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이달말까지 본 입찰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달 마지막 날인 31일(뉴욕 현지시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본 입찰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는 예비 인수자는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미국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국내 게임사 카카오, 넷마블 등이다. 예비 입찰 명단에 없는 디즈니, 일레트로닉아츠(EA), 아마존 등도 비공식적으로 게임 업계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이 본 입찰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한편 김정주 NXC 대표가 4월 초 디즈니를 방문해 인수를 제안했지만 디즈니는 이를 즉각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디즈니가 김 대표의 평소 롤모델 기업이기도 하며 김 대표가 과거 ‘디즈니가 넥슨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고 발언해 디즈니가 넥슨의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계속 거론됐으나 현재로서는 김대표의 '희망 사항'에 그칠 것 이라는 게 중론이다.

넥슨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에도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B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뿐 아니라 아마존 등 비게임업계 기업들은 넥슨의 인수 제안에 대해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넥슨 인수전은 사모펀드간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월 적격 예비 인수 후보로 지정된 바 있던 중국 게임기업 텐센트는 대부분의 후보가 참여했던 지난 24일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수 후보들은 텐센트의 본 입찰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그 동향을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넥슨의 인기작인 ‘던전앤파이터’ 매출이 중국에서 대부분 나오고 있으며, 이 게임의 중국 유통을 텐센트가 맡으면서 매년 1조원가량을 퍼블리싱 비용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텐센트가 글로벌 사모펀드나 국내 전략자투자자 등 최종 후보자 명단에 오른 대부분 업체와 접촉하면서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텐센트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넷마블 혹은 카카오와의 연합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2018년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넥슨을 인수했을 경우 내부적인 시너지에 대해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IP 게임과 개발 역량을 높게 보고 있고 넷마블은 넷마블 모바일 사업에 대한 역량,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이 결합되면 좋은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답한 바 있어 넥슨 인수에 의지를 보인바 있다.

한편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과 손잡고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메리츠종금증권 및 KB국민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국내 게임사 카카오와 넷마블은 아직 재무적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휴를 추진했던 넷마블과 MBK파트너스는 최근 인수 후 경영에 대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컨소시엄이 잠정 무산됐다.

넥슨 인수와 관련 재무적투자자로서 텐센트와의 협력에 대해 넷마블은 “현재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 또한 이와 관련 “공식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넥슨 본 입찰 연기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당초 지난 4월 초에서 4월 중순으로, 다시 5월 초에서 5월 중순으로 일정이 연기 되고 최근 24일에서 또다시 31일로 기간이 연장됐다. 

본 입찰이 수차례 연기되는 것은 무엇보다 매각 가격에 대한 매수자들의 이견 때문이라는 게 유력하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는 올 초 자신과 아내 등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놓으며 매각 가격으로 15조~20조원 선을 제시했다. 넥슨은 NXC의 자회사다. 이에 15조원이라는 높은 매각 가격에 부담을 느낀 매수자들이 매각 이슈를 장기화해 기업 가치를 낮추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본 입찰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매각이 장기전으로 가거나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투자은행 업계는 인수 후보들이 두 차례 본 입찰이 연기되면서 인수 구조를 탄탄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매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넥슨 매각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 대표는 그동안 가상화폐 관련 기업에 투자해와 게임 다음 신사업으로 블록체인을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 대표가 2017년 NXC를 앞세워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개설된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의 지분 65.19%를 913억원에 사들인 바 있고, 지난해 10월엔 NXC 자회사 NXMH(벨기에 투자전문법인)를 통해 유럽에서 유일하게 가상화폐 거래를 허가받은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이 업체는 지난달 9일 뉴욕금융감독청으로부터 비트라이선스를 받아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김 대표가 미국의 가상화폐 ‘타고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타고미는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 그레그 투사르 등이 지난해 설립한 미국의 가상화폐 브로커리지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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