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호텔롯데 사업 안정화돼야 상장"…매출 85% 차지하는 면세점 실적이 '관건'

지난 3월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그랜드 오픈 행사 <롯데면세점 제공>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롯데면세점이 해외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호주와 뉴질랜드에 진출한데 이어 태국 수완나폼 공항 입찰에도 도전해 ‘터줏대감’인 국영기업과 경쟁을 벌인다. 연내 베트남 다낭시내점과 하노이공항점 오픈도 예정돼있다. 

국내 면세사업 매출이 중국 보따리상 의존도가 커 위험부담이 존재하고 신규 진출 기업들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는데 따른 새 활로 모색 차원이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의 실적 안정화 이후 상장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여온 만큼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24일 호텔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최근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가했다. 현지 항공사인 방콕항공(Bangkok Airways·BA)과 조인트벤처 방식이다. 롯데면세점은 태국 면세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국영기업 ‘킹파워 인터내셔날’에 맞서야 한다. 

세계 1위 면세점 듀프리도 태국 로열오키드셰라톤과 손잡고 입찰에 참여해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태국 면세 시장은 2017년 기준 매출 356억3300만바트(약 1조2714억원) 규모다. 또 한해 3500만명 가량의 외국인이 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이중 1000만명 상당이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방콕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태국 면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킹파워의 견제로 공항 면세품 인도장을 확보하지 못해 수입품 판매를 하지 못하는 처지다. 토산품만 팔다 보니 매출도 미미하다. 

지난해 호텔롯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Lotte Duty Free Thailand Co., Ltd.’ 매출은 4억5800만원, 당기순손실은 62억원 선이다. 때문에 롯데면세점의 이번 입찰은 태국 사업 정상화가 목적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국내 업계로서는 최초로 오세아니아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8월 호주 JR듀티프리의 호주 4개 지점(△브리즈번공항점 △멜버른시내점 △다윈공항점 △캔버라공항점)과 뉴질랜드 1개 지점(△웰링턴공항점) 등 총 5개 지점을 인수했다. 올해 1월부터 롯데면세점이 운영하기 시작했고 3월에는 호주 현지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알리는 그랜드 오픈행사도 열었다. 

이로써 롯데면세점은 해외 총 7개국에서 12개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업체 측은 올해 호주 사업을 통해 약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연내 베트남 다낭 시내점과 하노이공항점 오픈도 계획 중이다. 

지난해 문을 연 나쨩깜란공항점은 개점 첫해 흑자 전환했으며 도쿄긴자점은 오픈 이래 매년 평균 12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롯데면세점은 올해 해외 사업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고 2020년까지 1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의 국내 점유율은 신규 사업자 진입과 경쟁사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성장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말 HDC신라와 두산의 두타면세점 등이 새롭게 시장에 등판하면서 2015년 52%였던 롯데의 점유율은 점차 하락했다. 2016년 49%, 2017년 42%, 지난해 40%까지 줄었으며 올해 1분기에는 40%대 점유율마저 깨지면서 38%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면세점들이 매출 대부분을 중국 보따리상, 일명 ‘따이공’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수익원 확보도 절실한 상황이다. 게다가 롯데는 지난해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철수에 따른 매출 감소분 8000억원 상당도 만회해야 한다. 

롯데면세점이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거는 배경이다. 롯데면세점의 실적 개선은 호텔롯데 상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주체제 전환의 ‘마지막 퍼즐’로 불린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상위에 위치하는 호텔롯데의 경우 일본 지분이 99%로 ‘롯데=일본기업’ 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상장은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는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이 사회적 공공재인만큼 의지만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황 대표는 “중국관광객 유입숫자가 유동적인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고 답해 상장에 앞서 호텔롯데의 실적 안정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5% 상당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면세점의 역할이 부각되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호텔롯데 매출 6조4475억원 중 면세사업부가 5조3076억원을 벌어들였다. 롯데면세점의 매출 안정화가 호텔롯데 상장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2위 신라면세점이 지난해 업계 최초로 ‘해외매출 1조원’ 기록을 내면서 자극제가 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면세점 매출이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그룹 차원의 이슈와도 맞물려있는 만큼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행보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이달 말 입국장 면세점이 오픈하고 여기에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추가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으면서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사업자로 성장해야만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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