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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영 손 뗀다'는 임블리, 그래서 내려놓은 건 뭐?박준성 대표 "임지현 상무 '인플루언서'로 돌아가 고객과 소통 계속…이번은 미숙, 지난 6년간은 진솔했다"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전 제품 이상 없다. 환불은 제품문제가 아니라 불안감 해소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식품 사업은 접겠다. 임지현 상무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인플루언서로 돌아간다.”

지난 20일 열린 부건에프엔씨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위 4문장으로 압축된다. 박준성 대표는 많은 연습을 한 듯 공식 입장문을 막힘 없이 읽어 내려갔다.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고 말과 말 사이의 짧은 침묵 뒤로 참담한 심정을 겨우 삼키는 듯 보였다. 

예상대로 임지현 상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간담회 내용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임지현 개인의 실책에 대한 관심과 질책이 주가 될까 경계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임블리’에 의한, ‘임블리’를 위한, ‘임블리’의 회사였다는 점에서 간판 격인 임지현 상무의 부재는 아쉬움을 남겼다. 

부건에프엔씨의 공식입장문은 흠잡을 것이 없었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과 임지현 상무의 사임은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결정이라는 데 모두가 이견이 없는 듯 보였다. 

문제는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불거졌다. 

전문경영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박준성 대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답을 내놨다. CEO를 선임할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내부적으로 논의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줬다. 

또 부건에프엔씨가 아닌 부건코스메틱에 한정해 전문경영인을 들인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박 대표는 “패션사업에 대해서는 당사가 경력이 있다. 제가 그 부분에 집중하겠다”며 부건에프엔씨 경영에 대한 자신감도 언뜻 내비쳤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해 온대로 계속 해나가겠다는 얘기로 들렸다. 자칫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 앞에서도 ‘뼈를 깎는 변화’는 없어 보였다. 

제품 안전성을 검증 받았다며 각종 시험 증명서를 공개했지만 유통과정이 적절하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온라인 상에서 문제가 제기된 (제품 보관)창고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현재의 물류시스템에 대한 사진 등 증거자료를 요구하자 경영진은 즉각 응대하지 못했다.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임지현 상무가 ‘인플루언서’로 계속 활동한다는 발표로 가장 큰 논란거리를 남겨놓기도 했다. 인플루언서 1인에 의존해 성장한 회사인 만큼 인플루언서 활동이 곧 마케팅이자 경영활동에 다름없는데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표현을 써 모순을 드러냈다. 

임지현 상무가 매달 정기적으로 소비자 의견을 청취하는 소비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브랜드 스피커’로 활동한다는 향후 계획으로 볼 때 ‘경영을 그만둔다’는 사측 주장에는 상당한 어폐(語弊)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무’라는 직함을 내려놓는 것 외에 회사 내에서 임 상무의 역할이나 위상이 달라지는 것은 없어 보였다. 

박 대표는 ‘임 상무가 계속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게 소비자 분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임지현 상무가 이번 사건 때 소통이 미숙했던 건 사실이지만 지난 6년동안 그가 진심으로 고객과 소통했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감쌌다. 

임지현 상무 스스로 ‘과거의 저는 개인적 견해로 양쪽 길이가 다른 가방 끈은 잘라 쓰시면 된다, 막힌 단춧구멍은 칼로 째서 착용하셔라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댓글들로 고객분들께 상처를 줬고 듣기 싫은 댓글은 삭제도 했다’고 인정한 것을 감안하면 이런 발언은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 

임 상무는 자신의 SNS 계정에 ‘그래도 잘 팔리는데, 우리는 서로 오랫동안 봐온 블리님들인데,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 정도는 이해해주시겠지 하며 오만한 생각을 했다’고 직접 털어놓은 바 있다. 

팬덤 위에 올라선 듯한 우월의식에 기반한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대응이 쌓여 작금의 사태를 불렀다는 것을 부건에프엔씨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곰팡이 호박즙’은 겨우 작은 불씨에 불과했다. ‘기름’이 된 것은 일명 ‘블리님’들의 ‘포인트처럼 누적된 실망’이다. 

‘블리님’이라고 불리던 소비자들은 지금껏 ‘임블리’의 ‘상품’이 아니라 애정과 인간적 믿음에 기반해 ‘사연’을 구매했다. 제품력에 대한 검증보다는 ‘나도 먹고 내 아이에게도 발라준다’는 임지현 상무 개인의 ‘이야기’에 의존했다. 개인에 대한 실망을 상품과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제품이 안전하다는 식의 회사 측 ‘이성적’ 접근만으로는 대규모 환불 사태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변하겠다면서 실제적이고 세밀한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간담회 장에서 ‘답답하다’는 기자들의 반응까지 나왔다.

대부분의 질문에 “구체적인 건 추후에 정해지는대로 알려주겠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반복해서다. 언론을 넘어 소비자 설득까지 산 넘어 산인 모양새다. 

그간 임지현 상무는 인플루언서로서 ‘연예인’과 ‘사업가’ 그 사이 어디쯤에 서있었다. 

연예인과 같은 인기를 누렸지만 ‘공인’이 아님으로 자숙과 같은 절차 없이 SNS에 사과글을 올리는 것으로 갈음했고 매출 1700억원 규모 회사의 오너로서 상당한 부를 누린 것으로 추정되나 회사 위기 앞에서는 ‘책임지고 사퇴’와 같은 용단을 내리지 못했다. 

임 상무의 남편이기도 한 박준성 대표가 여전히 부건에프엔씨를 이끌고 있으며 그가 대신 나서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임지현 상무가 소비자들의 사랑으로 얻은 것 중 단 하나도 내려놓지 않는다면 부건에프엔씨의 이번 간담회는 어떤 의미도 얻지 못할 것이다. 

한행우 기자  hhw86@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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