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황우석 사태' 오나?…바이오업계 전반으로 불신 확대 우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한국정책신문=이해선 기자] 바이오업계가 잔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분식회계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이사는 검찰에 소환됐고, ‘인보사’ 주성분 변경으로 코오롱생명과학 소액주주들은 집단 소송에 나섰다.

또한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두고 수년간 진실공방을 이어오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날선 비방전을 벌이며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 따르면 지난 2004년 황우석 박사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바이오업계가 최근 잇따른 논란이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바이오업계가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최근 일련의 사태들이 ‘K-바이오’ 전반에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19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를 전격 소환했다. 검찰은 이날 김 대표를 불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과정에 삼성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 의혹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불거졌다. 

이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에피스의 지분가치를 2900억원대에서 4조8000억원대로 재평가했고, 이러한 회계상 투자이익을 장부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합작사로, 삼성 측은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에 대해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져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기준을 변경한 배경이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를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문제는 그룹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옛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기초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만 보더라도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확인되면 경영 전반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상장폐지가 재차 거론될 가능성은 낮지만 김태한 대표이사의 해임과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 조치가 이어지면 바이오의약품 사업에도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CMO(의약품 위탁생산 사업) 생산능력을 갖추고 제약·바이오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며 지난해 4월 최고가 60만원까지 치솟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20일 종가기준 29만35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인보사'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코오롱생명과학 역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7년 국내 29호 신약으로 출시된 ‘인보사케이주’가 주성분 변경으로 판매 중지를 비롯해 미국 임상3상이 중단되며 기업 신뢰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임상초기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세포의 성분이 달라지지 않았으며 최신 분석 기법에 의해 과거 명칭이 잘못됐음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소액주주를 비롯한 환자들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과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허가당시 세포 변경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향해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인보사 문제로 국내 허가기관 역시 신뢰도 하락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식약처를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식약처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미국 코오롱티슈진 실사를 위해 지난 19일 직원 10여명을 파견했으며 이들은 코오롱티슈진은 물론 제조용세포주 제조소인 우시와 세포은행 보관소 피셔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판 중인 제품(2액)의 신장세포가 최초 세포에서 유래한 것인지 확인하고, 코오롱티슈진이 보유한 MCB(Master Cell Bank)도 살펴볼 예정이다. 인보사의 허가취소 여부는 시험검사 결과와 코오롱의 제출자료, 그리고 해외 실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끝으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4년째 이어지는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이 상호 비방전으로 번지며 국산 보톡스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며 미국 시장에 정식 론칭한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바이오신약으로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최초의 국산 품목이기도 하다. 

이는 국내 바이오 의약품 제조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K-바이오 시장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웅제약 나보타는 지난 2016년부터 메디톡스와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둔 논란을 이어왔고 최근 메디톡스의 제소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대웅제약에 나보타의 보툴리눔 균주 및 관련 서류 제출을 명령했다.

이후 국내에서는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제조번호를 마음대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을 쓰는 등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메디톡스 측은 이번 논란이 최근 ITC가 내린 명령에 따른 대웅제약의 악의적인 음해행위라고 주장했고, 대웅제약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는 양사의 공방이 지속될수록 국산 보톡스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 뿐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가 길어지는 것은 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뿐”이라며 “부정적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확대되는 것은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가에서 바이오산업을 중점 육성산업으로 지정하고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부정적인 논란에 휩싸이며 산업전반에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다”며 “일련의 사태들이 조속히 해결돼 바이오산업이 더 이상 부정적인 이슈로 주목받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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