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 2위 민영기업 주요 주주 돼

박원철 SK동남아투자법인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응웬 비엣 꽝 빈그룹 부회장 겸 CEO(다섯번째)가 16일 베트남 하노이 빈그룹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길연경 기자] SK그룹이 베트남 간판 대기업인 빈그룹(Vingroup)에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투자해 베트남 진출을 가속화한다.

SK그룹은 1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빈그룹 JSC(빈그룹의 지주회사)의 지분 6.1%를 10억 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사업 투자와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차원의 성장 기회 모색을 위해 지난해 5월 팜 녓 브엉(Pham Nhat Vuong) 빈그룹 회장과 만나 협의를 시작한 후 1년여 만에 성사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매입 주체는 지주회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5개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SK동남아투자법인(SK South East Asia Investment)이다. 이번 계약 서명식에는 빈그룹 팜 녓 브엉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참석했다. 매입이 성사되면 SK그룹은 빈그룹의 1대 주주인 빈그룹 회장 일가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선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4분의 1(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시총 1위 민영기업이다. 대부분 내수시장 위주인 동남아시아 기업들과 달리 빈그룹은 수출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한국의 대기업들과 비슷한 성장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 미비나(Mivina)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스턴트 국수와 같은 건조식품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부동산 투자 성공으로 급성장해 다양한 분야에서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 부동산 개발(빈홈/빈컴리테일), 유통(빈커머스), 호텔/리조트(빈펄) 사업과 함께 최근엔 스마트폰(빈스마트), 자동차(빈패스트) 제조업도 시작해 최근 10년간 총자산 규모가 14배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1조8230억동(약 1조1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3년간 매출 성장률이 45.5%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K는 빈그룹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인프라 구축, 국영산업의 민영화 흐름에 맞춘 협력사업 모델 개발 등과 관련 폭넓은 논의를 추진한다. 

이번 빈그룹과의 제휴는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 사례에서 SK그룹의 경영 화두인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과거 SK그룹의 동남아 사업이 생산 기지 구축 등 국내 사업의 수평적 확장이나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권 확보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1조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하면서도 경영권 확보에 나서지 않고, 시세 차익과 배당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 재무적 투자도 아닌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링(Partnering)인 것이다. SK는 △사업영역 확대 △현지 파트너와의 시너지 강화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8월 ‘따로 또 같이’라는 그룹 주요 경영 전략 차원에서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주요 관계사들이 참여해 동남아 투자 플랫폼인 SK동남아투자법인(SK South East Asia Investment)을 설립하고 베트남 시총 2위 민영기업인 마산그룹(Masan Group)의 지분 9.5%를 약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에 매입해 베트남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빈그룹과 마산그룹 등 베트남 재계 1, 2위 그룹의 주요 주주가 된 SK그룹은 이들 민영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베트남 지역사회 아젠다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도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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