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광주지역 출점에 소상공인 '생존 우려' 반발…상인 동의서 위조 의혹도 제기돼

노브랜드 <이마트 제공>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이마트 ‘노브랜드’가 골목상권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있다. ‘상생스토어’를 앞세워 전통시장과의 공존을 모색한다는 게 이마트의 ‘해법’이지만 생존을 우려하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미 대형마트인 ‘이마트’, 편의점 ‘이마트24’, 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로 상권을 장악한 신세계그룹이 또 한차례 유사 할인점을 내놓으면서 대기업의 지나친 골목상권 침투에 대한 반발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지난해 10월 전남 광양, 11월 부산 지역 3곳에서 지역 상권의 반대에 부딪쳐 입점을 철회해야 했으며 출점이 예고된 광주와 제주지역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의회 의원경제모임 ‘제주민생경제포럼’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마트 ‘노브랜드’의 제주 진출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을 표했다. 

제주민생경제포럼은 5월 중 제주시 아라동에 가맹점을 낼 예정인 노브랜드에 대해 “제주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빼앗고 영세 상인의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럼 측은 “대규모 유통업자의 골목상권 침해로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노브랜드’가 직영점이 아닌 가맹사업이라는 편법을 통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을 규제하는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제주도는 이 같은 대기업 기업형 슈퍼마켓의 가맹점을 통한 편법 출점을 실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특히 도는 즉각 유통업상생협의회를 열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제주 지역 소상공인들이 노브랜드 출점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제주도슈퍼마켓협동조합과 ㈜남양체인, ㈜제주물류, 킹마트, ㈜근대화체인, 제주도나들가게협의회 등 지역 상인들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브랜드 진출에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반발이 우려되는 직영형태가 아니라 가맹점으로 위장한 편법 개점으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짓밟으려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꼬집었다.  

노브랜드의 남광주시장 출점을 놓고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입점동의서 위조 의혹이 제기돼서다.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 초입에 들어설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허위 서류에 기반을 둔 사업 진행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와 노브랜드입점반대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13일 광주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광주시장 인근 해뜨는시장 상인회장이 동구에 제출한 동의서에 입점 반대 의사를 표명한 6명이 기권으로 표시돼 있다”며 “자신이 서명한 적 없는데도 누군가 대신 서명해놓은 명부에 상인 62%가 노브랜드 입점을 찬성하는 것으로 표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이마트는 면적 436.7㎡ 규모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출점 계획을 동구에 제출했다.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서 대기업이 유통매장을 열기 위해서는 전체 면적 500㎡ 미만의 규모여야하며 상인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마트가 동구에 제출한 서류에는 남광주시장과 해뜨는시장 상인회 집행부가 회원 상인 과반의 찬성을 받은 서명부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비대위는 이를 ‘위조’로 판단, “동구가 위조된 동의서를 토대로 유통상생발전위원회 개최 등 행정절차에 착수한다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며 “경찰과 검찰은 사문서위조 논란으로 번진 유착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노브랜드 가맹사업은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바 있다. 

추혜선 의원실은 5월8일 논평을 내고 “이마트가 가맹사업이라는 편법을 통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을 규제하는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수퍼마켓과 기타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을 영위하는 점포 중 해당 점포 개업에 드는 임차료, 공사비 및 설치비 등 총비용의 51% 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체인점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사업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골목상권의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하면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출점 연기나 취급품목 축소, 매장규모 축소 등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울산에서는 이마트 노브랜드 직영점 개점에 대해 지역 소상공인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한 이후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받은 사례가 있다.

이에 이마트가 사업조정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본사 비용 부담을 51% 이하로 낮추는 가맹사업 형태로 노브랜드를 골목상권에 편법 출점한 것으로 추혜선 의원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상인들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노브랜드 가맹점 출점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추혜선 의원실 측은 우려를 나타냈다. 

대기업의 편법적인 골목상권 침범을 막기 위해서는 사업조정제도 적용 대상에 관한 기준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이마트는 지난 2일 자료를 내고 충북 제천에 위치한 제천 중앙시장에 8번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연다고 홍보했다. 

이마트는 제천 시장 상인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노브랜드에서 신선식품인 수산, 축산 상품을 판매키로 했다며 “시장에 사람이 오게 만들기 위해선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가 잘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선식품 판매를 요청한 것”이라는 제천 중앙시장 번영회장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피범희 이마트 노브랜드 상무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어떻게 하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자평하며 “키즈라이브러리, 카페, 고객 쉼터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지원해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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