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인천터미널점 롯데에 내준 신세계, 설욕 나설지 주목…롯데 알짜 매장 '수성'에 총력 다할 듯

영등포역사 전경. 롯데의 간판이 뚜렷하다. <한국철도공단 제공>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인천터미널점을 놓고 대립했던 롯데와 신세계가 신규 운영자 모집에 나선 서울역, 영등포역사(驛舍)를 두고 또 한번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년간의 법적 분쟁 끝에 ‘알짜’ 인천터미널점을 롯데에 빼앗긴 신세계가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터줏대감’ 롯데 역시 수성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해갈 수 없는 유통공룡간 접전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3일 (구)서울역과 영등포역의 상업시설을 운영할 신규 사용자 모집을 위한 공모에 나섰다. 서울역과 영등포역은 30년간의 점용허가기간(1987년∼2017년)이 만료된 후 지난해 1월 국가 귀속됐으나 철도공단은 입점 업체 및 종사자 보호를 위해 기존 사업자들에게 2년간 임시사용을 허가했다. 

이번 공모는 사전자격심사를 거쳐 적격자만 가격입찰에 참여토록 할 예정이다. 사전자격심사에서는 △고용승계·고용안정 계획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공공 공간 확보계획 등을 평가해 공공성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철도공단은 사용자 선정을 위해 5월3일부터 6월3일까지 사업제안서를 받아 6월 말까지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되는 사용자는 2020년 1월부터 영업개시가 가능하다. 현재 사용기간은 5년(최장 10년)이나 연내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 사용기간 10년에 1회 한정 이용기간을 갱신, 최장 20년을 영업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이번에 공모가 난 두 상업시설은 현재 롯데가 운영하고 있다. 영등포역에는 롯데백화점이, 서울역에는 롯데마트가 각각 입점해있다. 롯데백화점은 1991년 역사 완공 시점부터 영업 중인 ‘터줏대감’이며 롯데마트도 2004년부터 한화에서 재임대 받아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매출 규모 5000억원대로 업계 상위 점포다. 서울역 롯데마트 역시 전국 매출 1~2위를 다투는 핵심 매장이다. 특히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한국과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들르는 관문인 만큼 그 상징성이 크다. 

롯데는 이들 두 ‘알짜배기’ 사업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경쟁자는 역시 신세계다. 

신세계백화점은 영등포점과 영등포역사를 동시 운영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백화점과 이마트와의 시너지를 검토해 참여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영등포역사는 백화점, 기존 영등포점과 타임스퀘어는 스타필드로 운영해 영등포역 일대를 ‘신세계타운’으로 꾸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지난 1월 롯데에 연매출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인천터미널점을 넘겨준 만큼 설욕을 위해서라도 이번 입찰에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 신세계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만으로도 롯데는 입찰가를 높여 부르는 ‘출혈’을 감수해야 해서다. 

평택·수원 등 2개 점이 민자 역사에 위치한 AK플라자도 입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낙후된 시설 리모델링 등 초기 투자비용이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단이 ‘공공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만큼 ‘상생’등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것도 넘어서야 할 까다로운 조건 중 하나다. 

실제 두 역사의 공모지침서를 보면 ‘사업수행계획 세부평가기준’ 배점표에서 ‘공공성·사회적 가치’ 배점이 31점으로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70점 만점에서 거의 절반 가까운 배점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31점 중 7점을 차지해 고용승계 및 고용안정계획(8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배점 항목이다. 

김상균 한국철도공단 이사장은 “이번 공모가 점용허가기간 만료 후 국가 귀속된 첫 사례로 국유재산의 경제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가 함께 고려될 수 있도록 공모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공정한 절차를 통해 사용자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