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개입 정황" 검찰 주장보다 "판매만 했을 뿐" 애경 측 주장 받아들여진 듯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뉴스1>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인체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의 두번째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속도를 내던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재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안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끝에 1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안 전 대표와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모 전 애경중앙연구소 소장과 전직 애경 임원 진모 씨, 애경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넘겨받아 판매한 이마트 전 임원 홍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신 부장판사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유형에 따른 독성 및 위해성 차이, 그로 인한 형사책임 유무 및 정도에 관한 다툼 여지, 흡입독성실험을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 및 수사 진행 경과,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범위와 내용을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사위인 안 전 대표는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애경 대표이사를 지냈다. 애경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필러물산에 하도급을 줘 만든 제품을 납품 받아 자사 브랜드 라벨을 붙여 팔았다. 

앞서 검찰은 3월26일 가습기 메이트 출시·판매 관련 의사결정 전반을 책임진 안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영장실질심사에서 안 전 대표 측은 ‘애경은 SK케미칼로부터 넘겨받은 제품을 단순히 판매만 했을 뿐 원료물질 성분이 유해한지 알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펴 구속을 피했다. 두번째 영장실질심사의 쟁점도 판매사인 애경이 원료물질의 위해성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제조에 관여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첫 구속영장 기각 후 한 달간 보강 수사를 통해 애경이 제품 제조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흔적을 다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SK케미칼이 CMIT·MIT 원료물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아 유해성을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애경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재수사는 지난해 11월 피해자들이 SK와 애경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인 필러물산을 시작으로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 등이 구속됐으나 판매사인 애경의 최고 책임자가 구속을 면하면서 검찰 수사도 난항을 겪게 됐다.

2011년까지 9년간 판매된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지난 2016년 첫 검찰 수사에선 원료물질인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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