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가능한 아이스팩, 테이프 없는 택배박스, 비닐 대신 종이 완충재 도입 등 환경 보호 노력

지난해 일반 아이스팩 대신 친환경 워터팩을 도입한 마켓컬리(위)와 최근 택배박스가 필요없는 더그린배송 도입을 예고한 헬로네이처 <각 사 제공>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국내 유통기업들이 테이프가 없는 택배박스, 물을 얼린 아이스팩 등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쇼핑 시장의 급팽창으로 배송이 일상화됨에 따라 제품 포장재, 택배 박스와 같은 쓰레기 배출이 급증, 이에 따른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데 따른 조치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규모는 111조8939억원으로 전년대비 22.6% 늘었다. 지난 2월에만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9조5966억원에 달해 동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택배 물량도 늘어났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지난 2월 공개한 지난해 국내 택배 물량은 25억4300만개에 달했다.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연 49.1회로 2017년보다 4.3회 늘었다.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중 노동능력과 의사를 갖고 있는 사람)로 범위를 좁히면 1인당 연간 택배이용횟수는 92.2회 수준이다.  

온라인쇼핑에 따른 택배 수량이 폭증하면서 과도한 쓰레기 배출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종이 박스는 물론 흔한 비닐 포장재와 완충재, 신선식품의 선도 유지를 위한 아이스팩, 은박보냉팩, 스티로폼 박스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쉽게 버려진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인지한 유통기업들은 변화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환경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들의 고민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새벽배송’ 대표주자 마켓컬리는 100% 물로 만든 친환경 보냉제 ‘에코워터팩’을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아이스팩은 폴리머라는 합성수지를 사용해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수구에 내용물을 버릴 경우 환경오염 유발 가능성도 있다. 

마켓컬리 에코워터팩은 기존 아이스팩과 달리 보냉재를 100% 물로 대체, 폐기 시 물은 하수구에 버리고 포장재는 비닐로 분리 배출하는 방식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앞서 지난해 5월부터는 아이스팩과 스티로폼 박스 회수 서비스를 실시해 소비자들의 쓰레기 처리 고민도 덜었다. 

헬로네이처는 새벽 배송 업계 최초로 친환경 배송 서비스 ‘더그린배송’을 이달 말 시작한다. 한 번만 쓰고 버리는 기존 박스 대신 수거 후 재사용할 수 있는 박스(더그린박스)나 물·전분 등 100% 자연성분으로만 만든 아이스팩(더그린팩)으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포장 부자재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퍼형이라 해체와 보관도 쉽다. 테이프나 비닐 완충재도 필요 없다. 

‘유통공룡’ 이마트는 지난달 온라인 쇼핑으로 발생하는 택배박스와 아이스팩을 매장에서 장바구니로 교환해 주는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과잉 포장 폐기물 부담을 줄이고 이마트가 지속 추진해온 장바구니 쇼핑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타사 택배박스와 아이스팩까지 수거하는 ‘통 큰’ 면모도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4월 말 본점부터 업계 최초로 비닐봉지가 아닌 정육 전용 친환경 종이봉투를 도입해 100% 친환경 포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홈쇼핑업계도 앞다퉈 포장재에 변화를 주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17일부터 상품 배송에 업계 최초로 친환경 비닐 포장재를 도입했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100% 식물성 ‘바이오매스 합성수지’(사탕수수 바이오 PE)를 원료로 사용해 만든 비닐이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기존 석유 원료의 일반 합성수지(PE)보다 70% 가량 적고 환경 호르몬 등의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도 입증 받은 소재다.

이를 통해 약 32.9톤의 탄소를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4984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국립산림과학원 주요 수종별 표준 탄소 흡수량 지표 기준)에 해당한다. 롯데홈쇼핑은 하반기 중 환경부 친환경 인증 심사를 통해 ‘환경표지인증’도 받을 계획이다. 

CJ ENM 오쇼핑 부문 역시 업계 최초로 100% 종이인 친환경 포장재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도입한다. 포장 비용은 20% 이상 비싸지만 유해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이 분리수거를 하기도 용이하다. 현대홈쇼핑도 19일부터 자체 브랜드 의류 배송에 비닐테이프를 쓰지 않는 ‘무테이프 배송박스’를 사용한다. 친환경 접착제를 사용해서 비닐테이프를 제거하지 않고 바로 버리는 형태다.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만큼 화장품업계도 이 같은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상품 배송 상자 안에 비닐 에어캡, 일명 ‘뽁뽁이’ 대신 누런 종이 뭉치를 넣어 포장한다. 친환경 종이 완충재 ‘지아미(geami)’와 ‘파피용(papillon)’이다. 

가격도 비닐 에어캡보다 2∼3배가량 비싸고 포장 작업에도 더 긴 시간이 요구되지만 과대 포장과 비닐 사용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기업 차원에서 선제 대응을 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상자의 표면에 붙이는 테이프도 비닐이 아닌 종이 재질로 바꿨다. 포장 상자도 슬림화해 최소 크기를 대폭 줄였으며 한때 코팅지를 입혔던 컬러 박스도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면 비용이 늘 수는 있지만 환경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과 감시가 커지고 있는 만큼 환경 문제에 발 빠른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환경 문제는 이익에 앞서 고민돼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건 긍정적”이라며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데 있어 죄책감을 덜 수 있는 ‘길트 프리’ 쇼핑 문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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