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유해성 은폐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철' 부사장 '맷값 폭행' 연관 인물…그룹 차원 윤리 기강 돌아볼때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던 영화 ‘베테랑’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10년 SK그룹 오너일가 최철원 전 M&M(마이트앤메인) 대표가 일으킨 ‘맷값 폭행’ 사건을 사실상 그대로 따왔다. 최철원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시위하자 그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한 뒤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쥐여준 사건이었다. 

영화는 ‘권선징악’식 결말을 맺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철원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오히려 검찰은 폭행 피해자를 업무방해·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피해자를 기소한 이 검사는 얼마 뒤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쯤 되면 현실이 영화보다 더 ‘세다’. 

‘박철’ SK케미칼 현직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어제인 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박철 부사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성에 관한 연구자료를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을 끝으로 퇴직해 2012년 SK그룹으로 옮겼다. 최 전 대표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시 그는 SK그룹에 임원급으로 입사했다. 

박 부사장의 영입에 SK그룹이 내세운 명분은 ‘윤리경영 강화’였다. 실제 SK케미칼의 지주회사격인 SK디스커버리의 제50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박철 부사장은 ‘준법지원인’으로 ‘윤리경영담당’을 겸하고 있다. 

검찰은 윤리경영담당인 박 부사장이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관련 증거 은폐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맷값 폭행’과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일견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지만 결국 SK그룹의 도덕불감증이라는 공통 분모 위에 서있는 셈이다. 폭행 피해자를 기소했던 검사가 가습기살균제 증거 은폐 혐의로 재판에 서게 된 일련의 연결고리는 놀라울 따름이다. 

가습기살균제는 ‘제2의 세월호’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광범위한 피해자를 양산했다. 평범한 소비자들과 그 가족들을 회복할 수 없는 상처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유해성 원료’를 제공한 SK케미칼은 처벌을 피해왔다. 재수사를 시작한 검찰의 칼날이 이제야 SK케미칼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런데 SK케미칼을 괴롭히고 있는 건 이 뿐만이 아니다. SK그룹 창업주의 손자가 마약 구매·투약 혐의로 1일 경찰에 긴급체포 된 것이다. 영화 ‘베테랑’ 속 마약파티를 벌이던 부패한 재벌 ‘조태오’를 또다시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체포된 최씨는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장남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아들로 파악됐다. SK그룹 창업주의 장손이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사이다. 오너 일가의 개인적 일탈까지 기업이 감시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변종 마약’과 이름이 한데 묶여 오르내리는 SK케미칼로서는 씻을 수 없는 이미지 실추다. 

사촌동생의 ‘맷값 폭행’ 물의에 이어 5촌 조카의 변종 마약 논란까지 지켜봐야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속도 편치 않아 보인다. 물론 최 회장 역시 지난 2015년 내연녀와 혼외자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며 한차례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재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SK그룹 안팎의 윤리기강부터 먼저 점검해야 할 때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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