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조-쿠팡 2조-신세계 1조-티몬 500억원 등 '자금수혈' 하고 '치킨 게임' 돌입

쿠팡의 '골드박스 1일 특가'와 티몬의 '1212타임' 세일행사 사진. <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100조원 규모의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 출혈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통대기업 롯데와 신세계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장악에 나서자 쿠팡·티몬 등 기존 사업자들도 상당한 지출을 감수하면서 '치킨게임'에 돌입한 모양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지난해 8월 그룹차원에서 온라인사업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로 두 달 뒤인 10월, 신세계가 1조 투자 유치 성공 소식을 알려왔으며 직후인 11월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을 긴급 수혈했다.

가장 최근인 3월22일에는 티몬의 500억원 투자유치 소식도 전해졌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5000만달러(약 560억원)를 투자 받으면서 자금난을 일부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도합 6~7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돈이 각사의 배송·물류 시스템 확대, 할인 경쟁 등에 쓰일 전망이다.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 본부를 출범하면서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유통업계 1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3조원을 지원하고 롯데닷컴·백화점·마트 등 자사 7개 온라인 쇼핑몰도 통합하기로 했다. 

물류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를 합병, 물류 역량도 강화했다. 2022년에는 3000억원 규모 메가 허브 택배 터미널을 개설하는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이어간다. 로봇이 운영하는 무인물류센터를 구축, 새벽배송·신선배송·빠른배송·적시배송으로 서비스를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질세라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신설법인 SSG.COM(㈜에스에스지닷컴)을 지난 3월1일 공식 출범하며 조직을 가다듬었다. ㈜이마트몰과 ㈜신세계몰로 흩어져 있던 온라인 사업을 통합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 시대를 연다는 포부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니티·비알브이 등 2곳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이를 SSG닷컴에 투자해 신선 식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 3조1000억원,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 시장 장악을 위해 넘어서야 하는 경쟁사는 많지만 그 중 ‘로켓배송’, ‘쿠팡맨’ 등의 서비스로 독자 영역을 구축해온 쿠팡이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유통대기업과의 일전을 준비하듯 쿠팡은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투자 받아 ‘실탄’을 장전했다.

매출도 빠른 규모로 늘고 있다. 2014년 3485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17년 2조6846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5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10조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적자다. 

쿠팡이 실적을 공개한 이후 2017년까지 누적 적자는 1조8700억원에 달한다. 2017년에만 6389억원 상당의 손실을 냈다. 매출이 증가할수록 인건비가 불어나는 사업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티몬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5년 1420억원, 2016년 1580억원, 2017년 1150억원 가량의 영업 손실을 냈으며 지난해에도 1000억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대기업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저가를 내세운 할인 경쟁이 수익성 악화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쿠팡·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와 G마켓·11번가 등 오픈마켓들은 계절별, 날짜별, 시간별로 다양한 이름을 붙여 각종 ‘특가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의 SSG닷컴도 통합법인 창립을 기념해 대대적 할인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온라인 시장 경쟁이 가열될수록 세일 경쟁도 가속화될 거란 분석이다. 이마트가 ‘초저가’ 노선을 택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밀고 있는 ‘국민가격’과 이에 맞선 롯데마트의 ‘품격(품질+가격)’등 최저가 마케팅이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옮겨올 수 있어서다.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무한 경쟁 체제’에 접어든 온라인 시장을 보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나친 할인 경쟁이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는 데다 분초를 다투는 배송경쟁은 배송기사들의 안전을 담보로 하고 있어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365일 세일을 지속해왔던 화장품 로드숍들이 결국 다같이 실적 악화에 빠져 고전하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한다”면서 “지금도 대부분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나친 할인은 정가에 대한 소비자 신뢰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새벽배송, 총알배송 등 배송에서의 시간 단축 경쟁은 택배 노동자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빨리빨리’에만 치중하는 기업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