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I, 신 회장 상대로 중재 신청···신 회장 "협상 계속돼야"

<교보생명 제공>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교보생명(회장 신창재)의 기업공개(IPO)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최근 신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위한 중재 신청을 하면서 교보생명의 연내 증권시장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증시에 상장되기 위해선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주주 간 갈등은 결격 사유이기 때문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지분율 9.05%), IMM프라이빗에쿼티(5.23%), 베어링(5.23%), 싱가포르투자청(4.50%) 등 교보생명 FI들은 지난 20일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을 했다.

상사중재원은 각종 경제 분쟁을 중재·조정하는 기관으로, 중재 결과는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인 교보생명의 증시 상장 작업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재는 단심제로 빠르면 5~6개월에 안에 결론이 날 수도 있지만, 신 회장 측이 FI들의 중재 신청에 맞서 계약 무효 소송(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7년 전 신 회장이 FI들과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풋옵션 가격 조건에 대한 명확한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데서 불거졌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9월 우호적 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FI들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FI들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총 1조2054억원)에 사들이는 대신, 3년 내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하고,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주주 간 계약(SHA)을 맺었다.

이후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상장에 실패하자 FI들은 지난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행사 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총 2조122억원)이다. 

FI들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했다. 당시 교보생명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지난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할 당시 시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주당 공정시장가격을 20만원대 중반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은 FI들과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풋옵션 계약 자체가 처음부터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FI들과 계약을 맺을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 채 FI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계약이 체결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FI들이 제시한 가격대로 중재 결정이 날 경우 자금력이 떨어지는 신 회장으로서는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상당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신 회장은 현재 특수관계인 지분 합쳐 교보생명 지분 36.91%를 보유 중이다. 

다만, 신 회장과 FI 간 협상이 타결되면 중재 신청은 즉시 철회된다는 점에서 물밑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은 남아있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중재 신청을 했어도 언제든 철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재 신청이 철회되지 않더라도 별도 협상의 문은 열려 있고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은 마땅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