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암학회 AACR…역대 최다 국내업체 연구결과 발표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한국정책신문=이해선 기자] 미국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미국 암학회(AACR)’에 국내 상위제약사를 비롯한 다수의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참가를 알리며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1월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의 경우 파트너링이 주 목적인 반면 AACR은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향후 기업의 가치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내달 3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2019 AACR’에는 역대 최다 국내 업체가 연구중인 파이프라인의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로 110번째로 개최되는 AACR은 전세계 약 120개 국가의 4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권위 있는 학회로 미국의 3대 암학회로 꼽힌다.

암에 관한 기초 연구(기전 및 메커니즘 규명)부터 임상결과 공개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발표되는 이번 학회에는 올해 40여개의 구두발표를 포함한 약 170여개의 임상 시험(Clinical Trials) 결과 발표 자리가 마련된다.

국내 기업들은 약 22개의 포스터를 발표할 전망이다. 상위제약사로는 한미약품이 4개, 유한양행이 2개, 종근당, 녹십자, 동아에스티가 각각 1개의 포스터를 발표한다.

바이오벤처는 제넥신 2개, 엔지켐생명과학 3개, 오스코텍과 유틸렉스, 큐리언트, 셀리버리가 각각 1개의 포스터를 발표하며 중소형 제약사인 삼진제약과 영진약품도 각각 1개의 포스터 발표가 예정돼 있다. 코넥스 상장사 에이비온과 진단회사 싸이토젠도 각각 1개씩 발표한다.

국내 기업들이 발표하는 포스터는 주로 신규 물질의 동물테스트에서 나타난 항암효과 규명에 관한 것들로 매우 초기단계의 연구결과들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참가기업의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이번 AACR에서 4개의 포스터발표를 진행하는 한미약품의 신규 항암 파이프라인 HM43239(FLT3 저해제)의 동물실험 결과가 눈길을 끈다.

HM43239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 환자 치료 목적의 새로운 합성 신약으로 FDA로부터 희귀질환치료제 지정을 받아 지난달부터 미국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학회에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특히 AML 동물모델에서 뛰어난 항암효과 확인으로 임상결과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항암제 중 주목받는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는 2016년 9월 제넨텍으로 약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 된 ‘HM95573(벨바라페닙)’이 꼽힌다.

벨바라페닙은 BRAF 저해제로 현재 국내에서 3개의 임상 1상이 진행 중에 있다. 2016년 1월 미국임상암학회(ASCO)에서 임상 1상의 중간데이터가 공개된 후 1조원 규모의 기술 이전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벨바라페닙이 신약으로서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한양행은 합성신약 파이프라인 ‘YH25248’과 항체신약 파이프라인 ‘YH29143’을 각각 면역관문억제제(PD-L1 항체)와 병용투여 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내용의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비소세포폐암)’ 이후 후속 항암제 파이프라인 SKI-G801(AXL 저해제)의 신규 적응증에 대한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한다.

SKI-G801은 지난해 2월부터 AML 환자 대상 미국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확보된 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3분기 중 비소세포폐암 및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1/2상 IND(임상시험계획)를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다.

2개의 포스터 발표를 예정중인 제넥신은 단백질신약 파이프라인 ‘Hyleukin-7(하이루킨)’의 임상결과를 공개한다.

제넥신이 공개한 초록에 따르면 동물모델 실험에서 하이루킨은 종양미세환경에서 선천적·후천적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1b상에서 하이루킨 투여 후 절대림프구(T 세포)수가 증가했다.

제넥신의 이번 임상결과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미 많은 선행 연구결과들을 통해 T 세포의 증가가 암환자의 생존률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형암 환자의 T 세포가 하이루킨에 의해 증가되었다는 결과만으로도 향후 하이루킨의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AACR에서 발표되는 내용들이 주로 초기단계 물질에 관한 것
들이 많이 있으나, 올해 1월 유한양행이 길리어드와 체결한 8800억 규모의 NASH(비알콜성 지방간) 치료제 기술이전과 같이 매우 초기단계 후보물질도 타겟 신규성(target novelty)과 유효성만 입증된다면 충분히 대규모 기술수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약·바이오업계가 이처럼 글로벌 암학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향후 신사업에 대한 고민의 해법으로 M&A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에서 2개월간 누적된 M&A 규모는 약 100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연간 M&A 규모와 유사한 수치다.

공동개발 규모 또한 2개월 만에 지난해 수치의 42%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술이전 계약 규모 또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효과 이후 횡보하던 나스닥 바이오텍 지수가 최근 글로벌 빅파마의 대규모 기술계약, 인수합병 이슈로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지난달 이뤄진 대규모 파트너십 계약과 M&A 딜 등은 올해 화두가 M&A임을 나타내는 중요한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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