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M&A(인수·합병)를 둘러싸고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데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양측 노동조합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각이 잘못되면 회장직을 내려놓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공언한 이동걸 산은 회장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싼 산은의 공정성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산은이 현대중공업과 ‘밀실협상’을 통해 일방적으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 과정에서 산은이 현대중공업에 헐값 가격과 매각 방식으로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월 12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불참을 공식화하면서,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단일 후보로 현대중공업을 최종 확정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였다. 산은은 지난해 10월부터 현대중공업과 논의를 이어왔고, 이미 지난 1월 말 현대중공업과 가격을 포함한 기본합의서 체결을 마친 상태였다.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체결한 기본합의서를 공개할 당시 삼성중공업에도 인수 의향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삼성중공업이 인수제안서를 검토할 시간은 1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현대중공업과 단독으로 협의를 진행해놓고 삼성중공업엔 형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확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산은 측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현물 출자와 인수자의 유상증자 등이 복합된 복잡한 거래구조를 띄고 있어 공개매각 절차로 거래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조선업종 중심 계열인 현대중공업과 산업재편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뤄 우선적으로 M&A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조선업이 오랜 기간 불황을 겪어 왔던 상황이기 때문에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인수 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은 없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 국내 대기업들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던 과거 사례로 비추어 볼 때, 이번 매각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해 다른 인수 후보자들에게 검토 기회를 제공하고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절차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지난 2008년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매각 방식은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됐으며, 현대중공업·포스코·GS·한화그룹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가격도 논란이다. 산은이 이번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 55.7%를 팔면서 받는 것은 현금이 아니라 조선통합법인의 주식 약 2조800억원 어치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는데, 현대중공업이 지주회사인 조선통합법인을 만들면 산은이 통합법인의 지분을 대신 받는 구조다. 

그동안 10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회사를 단돈 2조원에 파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한화그룹이 제시했던 6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어려워진 업계 상황 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과거 기업 매각을 추진할 때 국책은행으로서 계약 과정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대부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해왔던 산은이 여러 의혹과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왜 이런 매각 방식을 택했을까.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2017년 영업이익은 73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어 2018년에도 약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부채비율은 지난 2016년 말 기준 5544%에서 2018년 3분기 222%로 대폭 감소했다.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효과는 이제 현대중공업이란 재벌기업이 누리게 된다.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회복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 대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0조원이 넘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되살린 ‘국민기업’이기에 더욱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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