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수입액 5년 새 3배 증가…가격 경쟁력 잃은 국산맥주 '종량세' 도입 시급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가 4개 9000원에 팔리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이해선 기자] 다양한 종류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맥주가 가정용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환경부가 내놓은 페트병 재활용 촉진 개선안으로 인해 국내 맥주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2일 2021년까지 음료수‧생수병으로 쓰이는 유색 페트병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페트병 재활용 촉진 개선안’을 발표했다. 

자외선 차단이 되지 않는 무색 페트병에 보관 시 변질될 수 있는 맥주 페트병의 경우 유리병과 캔으로 전환해 단계적으로 퇴출을 유도하기로 했다.

맥주의 경우 개선안 적용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추후 적용될 경우 전체 맥주 출고량 중 약 16%를 차지하는 페트병 제품이 단종 될 수 있는 만큼 국내 맥주업체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페트병 제품은 캔이나 병 제품에 비해 제조 단가가 낮기 때문에 대부분 캔과 병으로 출시되는 수입맥주와의 경쟁에서 그나마 가격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국내 주세법 상 수입맥주는 국산맥주에 비해 유리한 세금 체계를 갖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며 인기가 높아졌다. 

실제 현행 주류 과세 체제인 종가세로 인해 국산맥주는 생산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 출고가에 주세가 부과되는 데 반해 수입맥주는 회사가 신고한 수입 신고가와 관세를 더한 가격에 주세가 부과되고 있다. 

국내 생산 맥주가 해외 생산 맥주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내 주세법을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맥주업계는 수입맥주와의 경쟁에서 국산맥주가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페트병 규제안까지 발표되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술로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투명한 페트병을 만들 수 없지만 해외에는 그러한 기술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다”며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진다면 기존 페트병 제품이 가진 가격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어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용 시장에서 국산 맥주의 경쟁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그나마 페트병 제품은 수입제품과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마저 사라진다면 국산 맥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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