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앞두고 조양호 회장 일가 악재 또 불거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방어에 힘을 쏟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2대주주이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지난 18일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에 대해, 기존 경영진의 연임을 위한 급조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지난 2015년 필리핀 가사 도우미에게 욕설을 한 녹취록이 새로 알려지면서 갑질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경영쇄신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야할 시기에 악재가 겹친 셈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주주 국민연금과 KCGI는 3월 주총서 조양호 회장을 포함해 한진 오너 일가의 지난해 갑질논란과 각종 범죄혐의로 인한 기업과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감사와 이사 선임·연임 여부, 정관변경 등을 두고 한진그룹과 KCGI, 국민연금이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KCGI와 국민연금의 압박 공세에 조 회장은 KCGI가 제시한 5개년 계획을 수용한 경영발전방안을 내놓았지만, 진정성이 없는 임기응변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왔다.

앞서 KCGI는 1월21일 한진칼에 외부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5개년 계획을 전달했다.

한진그룹 측은 이를 수용해 ‘2023년까지 그룹 매출 22조원 달성’이란 비전과 함께 △2018년 당기순이익의 50%수준의 배당 △송현동 부지의 연내 매각과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매각 검토 △한진칼의 사외이사 3인에서 4인으로 증원 △한진칼과 한진 감사위원회 설치 등 크게 4가지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KCGI는 이를 두고 “위기 모면을 위해 급조된 임기응변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미봉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KCGI 측은 “적자사업 부문인 호텔·레저 사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한 외형성장에만 집중하고, 부채비율 축소·신용등급 회복 방안 등 내실 경영전략은 제외돼 있다”며 “과거 수년간 방치됐던 호텔·레저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이뤄질 경우 그룹 전체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진일가가 크게 비판받고 있는 갑질·직원 무시 등에 대한 개선방안은 전혀 담겨있지 않단 지적도 나왔다.

KCGI는 “땅콩회항 이후 노동여건은 오히려 악화돼 왔다”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기재 숫자에도 불구, 직원들의 근무 강도와 복지·안전에 대한 개선 노력은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

또, KCGI는 강력히 요청했던 지배구조위원회·임원추천위원회·보상위원회 등의 설치는 반영되지 않고, 독립성과 전문성이 없는 사외이사 증원으로 대체했단 지적도 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한진그룹 방안에 대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실질적 방안이 부족하단 평가를 내렸다. 한진그룹의 위기엔 근본적으로 이사회와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 있기 때문에 이사회·감사위원회 기능 강화가 필요하단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불법채용한 필리핀 가사 도우미에 대해 15분가량 폭언과 욕설을 한 녹취록이 지난 18일 JTBC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여러 갑질논란이 제기됐으나, 필리핀 가사 도우미에 대한 갑질의혹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녹취록 보도로 다시 한 번 갑질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한편 이 전 이사장은 운전기사 등에게 22차례 욕설과 폭행을 하고 물건을 던진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며, 직원 허벅지를 발로 차거나 삼각자를 던지는 등의 갑질을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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