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 주목 받지만 이내 한계 드러내…기업 규모에 걸맞는 혁신 아쉬워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정용진 부회장이 이번엔 색조 화장품을 한단다. 이마트를 통해서다. 이마트는 이미 지난 2016년부터 기초화장품 브랜드 ‘센텐스’를 론칭, 자사 유통망을 통해 판매해왔다.

영국의 유명 헬스앤드뷰티(H&B)스토어 ‘부츠’를 국내에 들여와 운영하고 있는 것도 신세계 이마트다. 이번엔 색조화장품 ‘스톤브릭’으로 아예 가두점을 낸다는 소식이다.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정용진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제품 사진을 업로드 하며 출시를 예고하는 등 관심과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마트 실적 부진에 따른 활로 모색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국내 대형 마트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특히 이마트는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각각 6.1%, 56.2% 떨어졌다.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정 부회장이 매력적인 먹거리인 화장품 시장을 기웃거리는 이유일 테다. 

안타까운 건 재벌경영의 뻔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주는 피로감이다. 분명 신(新)사업인데 신선하기 보다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화장품 시장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듯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 없이,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 없이 한 때의 인기에 편승하려 시장 문턱을 넘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다. 

이미 포화상태, 레드오션이란 얘기다. 이마트 센텐스보다 조금 앞서 자체브랜드(PB) 화장품 ‘엘앤코스’를 론칭했던 롯데백화점은 사업 시작 2년여 만인 지난해 결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화장품 사업에서도 차별점을 찾긴 어렵다. 그래도 ‘굳이’ 출사표를 던졌다. 몸집은 공룡이나 상상력은 빈곤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새로운 시도로 간혹 언론의 주목을 받곤 했지만 이내 한계를 드러내 왔다.

이마트 ‘노브랜드’와 잡화점 ‘삐에로쇼핑’등이 그가 손댄 대표적 사업이다. 정용진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효자들이다. 

그러나 노브랜드는 캐나다 로블로의 ‘노네임’을, 삐에로쇼핑은 일본 ‘돈키호테’를 그대로 베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즉시 뒤따랐다. 벤치마킹일 뿐 표절은 아니라 게 신세계 측의 한결같은 해명이다. 

선진국 사례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표절로 보일만큼 거기서 조금도 진일보 하지 못했다는 점은 상당히 뼈아프다. 

모방을 넘어서는 창조는 신세계의 능력 밖인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세계의 제 살 깎아 먹기 식 출혈경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미 편의점 ‘이마트24’를 운영하면서 따로 노브랜드 전문매장을 출점한 게 문제가 됐다. 

노브랜드 전문매장을 위해 편의점에서 노브랜드 제품을 모두 철수, ‘신종갑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마트24 인근에 노브랜드 매장을 오픈하는 등 한 지붕 아래 자기 식구끼리 생존 경쟁을 붙인 꼴이 됐다. 

노브랜드 전문 매장에 대한 정용진 부회장의 과도한 사랑이 빚은 촌극이다. 그나마 노브랜드 전문매장의 영역확장도 쉽지 않다. 

노브랜드 울산 방어점은 인근 소상공인들의 반대에 막혀 영업 개시가 일시 정지됐고 부산 강서구 신호점, 해운대구 중동점, 북구 화명점은 입점이 취소됐다.

뚜렷한 비전, 확실한 상생 방안, 자사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영역만 넓히려던 게 패착이 됐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기저기 ‘숟가락 얹기’식이나 ‘밀고 들어오기’식으로 세만 불리려던 결과다. 

본격적인 재벌 세대교체를 앞두고 대내외에 경영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정용진 부회장의 다급한 마음, 넘치는 열정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다만 유통공룡 신세계의 규모와 그 이름에 걸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당장의 이익보다 수십년 수백년 후를 내다 보는 혜안을 갖기를 희망할 뿐이다. 

우린 언제쯤 정용진의 ‘멋진 신세계’를 볼 수 있을까.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