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믿었는데 줄도산 위기…정부가 화승 사태 면밀 조사해 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한국정책신문=한행우 기자] “대통령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관련된 부도사태를 제발 해결해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은행을 믿고 화승과 거래했을 뿐입니다. 1만5000여명의 가족들이 삶의 의욕을 잃고 있습니다.”

국산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로 잘 알려진 ㈜화승이 설 연휴 직전 돌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하청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하청업체들은 ‘산업은행 책임론’을 주장하며 국민청원을 제기, 정부 차원의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승의 한 하청업체 사장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 청원자는 “화승과 거래계약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KDB)이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회사이므로 다른 어떤 곳보다도 더 신뢰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화승사태를 면밀히 조사해 소상공인, 나아가 국민들을 보호하고 억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11일 현재 청원동의는 2000명을 넘어섰다. 

화승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기습적으로 신청했다. 신청 하루 만인 지난 1일 서울회생법원은 화승에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화승은 산업은행과 KTB PE가 주도하는 KDB KTB HS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KDB KTB HS 사모투자합자회사는 화승그룹이 1200억원, 현대해상·농협 1000억원, 산업은행·KTB가 250억원 등을 출자한 2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다. 

실제로 2015년 지분 인수 당시에는 중견기업에 대한 산은의 ‘선제적 구조조정 프로젝트’로 주목받기도 했다. 

청원글 작성자는 “국가 공공기관이라 볼 수 있는 국책은행인 만큼 안전한 거래를 기대했고 조건이 좋지 않은 수개월에 이르는 어음발행도 산업은행을 믿고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승과 관련된 업체는 르까프 대리점 200여군데, 백화점 및 로드샵 500여군데, 하청업체가 50여군데”라며 “이들 4인가족까지 합산하면 1만5000여명이 순식간에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또 “어떻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중소기업 및 영세업체들의 줄도산을 뻔히 바라보고만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며 “화승의 경영실적 악화를 미리 손쓰지 못하고 더군다나 정부가 줄곧 부르짖는 중소기업 살리기와 반대로 가는 상황을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지 정말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화승의 부채는 총 23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중 납품업체에 밀린 물품 대금은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리점과 백화점, 로드숍의 경우 보증금 및 인테리어비용 등을 따지면 피해규모는 더 큰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매장 매니저들은 월급을 어음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월급 대신 받은 어음 변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위기라서다. 

화승은 1953년 설립된 동양고무공업을 모태로 하는 한국 1호 신발 기업으로 국산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로 유명하다. 이밖에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과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의 라이센스 유통 사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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