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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민의 '증시 에세이'] 셀트리온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그리고 국민연금

[한국정책신문] 테마섹은 운용자금 규모가 약 350조원에 달하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규모가 650조원임을 감안할 때 부산 보다 작은 크기인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규모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놀라운 투자능력이다.

테마섹은 2010년부터 셀트리온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2010년에는 바이오시밀러란 말조차 생소하던 시기다. 그리고 8년후…

셀트리온은 작년 3월과 10~11월 두 차례에 걸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일부를 매각해서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회수했다.

그리고 아직 셀트리온 1200만주(지분율 9.6%)와 셀트리온헬스케어 1322만주(지분율 9.4%)를 보유하고 있고, 그 시가총액은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즉, 3774억원을 투자해서 2조888억원을 회수하고, 아직도 3조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8년만에 14배, 5조3000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투자의 성공'이 아니라 '혜안'이다. 바이오시밀러란 말도 생소하던 시기에 충분히 조사하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던 그 운용시스템은 정말 놀랍고 부럽다. 그리고 그 행보는 이어져 작년 11월에 테마섹은 AI와 블록체인 분야 투자에 집중할 전담그룹으로 '익스페리멘탈 팟'을 신설했다. 이미 세계 최대 금융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에도 투자했다.

이렇듯 새로운 것을 앞서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시스템이 놀랍고 부러울 뿐이다.  

테마섹을 보다가 우리 국민연금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장, 대체투자실장 등이 장기간 공백상태였고 주식운용실장과 해외증권실장도 계속 바뀌고 있다. 실무운용인력도 2017년에 27명, 작년에도 10여명이 사표를 냈다. 기업으로 치면 사장도 없고, CFO도 없고, 실무직원들은 이직률이 매우 심한 회사다. 그런 회사가 잘 될 리가 없다.

최근 5년 평균수익률을 비교해도 국민연금 수익률은 세계 6대 연기금인 캐나다, 네덜란드/노르웨이, 미국 등의 절반 수준이다. 더군다나 작년에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하니… 만약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이었다면 누가 돈을 맡길까?

국민연금의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완전한 독립직인 기관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해외 금융전문가를 스카우트하고 충분한 성과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만 만들어주면 당장 수익률이 올라가고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물론 산업 전반에 생기가 돌 것이다.

하지만 새해에도 국민연금의 정상화의 길은 요원해보인다. '연기금전문대학원을 설립해서 운용인력을 양성'하고, '2019년 실행계획 수립을 위한 컨설팅 예산 2억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 출범 당시 전문가들은 "연못에 고래를 키우는 격"이라며 우려를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보니 규모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그동안 위정자들은 아주 전문가들의 경제적 영역인 국민연금을 정치적 영역에 두었고 또 지금도 애써 개선하려고 나서지 않고 있다. 그저 '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개편방안만 이슈화하고 있다.

국민연금 간부를 맡으면 여의도보다 월급도 훨씬 적으면서도 전주로 내려가야 한다. 약속했던 쥐꼬리만한 성과급조차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제대로 받지 못한다.

물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지극한 희생정신'이 없다면 유능한 금융인이 국민연금을 맡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환경인 것이다.

새해에는 정말 국민연금이 정상궤도로 가는 원년이기를 소망한다. 대단한 것이 아니다. 테마섹처럼 전문가들이 모여서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용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면 된다. 그래야 채권에 50% 이상 돈을 묶어놓고, 고배당주 투자니 하는 비전문가적인 행태들이 '안전성'으로 포장되는 부끄러운 일들이 사라질 수 있다.

그래야 테마섹이 셀트리온에 투자해서서 5조원 벌어가는데 국민연금은 바이오주를 거의 투자하지 않는 부끄러운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 또 바이오,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산업과 여러 분야의 벤처기업들이 싹이 틀 수 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한국정책신문  kpinews@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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