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못 믿겠다" 우리사주조합, 회사 인수 추진

11월부터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서영엔지니어링지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중식집회를 하고 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제공>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삼성그룹 위장계열사로 알려진 서영엔지니어링(이하 서영)이 삼성 품을 떠난 이후, 2차례나 매각된 데 이어 또 다시 팔릴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기업사냥꾼으로 의심되는 자본들이 접촉하고 있단 점이다.

이에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서영엔지니어링지부(이하 서영지부)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서영을 직접 인수하겠단 결단을 내렸다.

이들은 2015년부터 2차례 겪은 매각 과정서 부채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올해는 10~11월 임금이 체불되는 상황까지 왔다며,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단 입장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영은 2015년 삼우CM건축사무소에 의해 인시티에 매각된 후 WM건설에 한 차례 더 매각됐다. 이후 서영산업개발로 법인명을 바꾼 WM건설은 현재 서영 직원 임금체불 문제를 겪고 있는 가운데, 다시 서영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서영은 1991년 설립된 이후, 1995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인수하면서 사실상 삼성그룹에 편입됐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삼성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거론된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인수한 이후, 서영의 경영진은 삼성물산 출신들이 맡았으며 삼성그룹 공사에 다수 참여했다.

그러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2014년 물적분할을 통해 설계부문만 삼성물산에 매각하면서, 남겨진 건설사업관리 부문은 사명이 삼우CM건축사사무소로 변경됐다.

이 과정서 서영은 삼우CM건축사사무소 자회사로 남게됐지만, 이듬해 삼우CM건축사사무소는 곧바로 서영을 매각해버린다.

서영지부는 이때 서영을 인수한 ‘인시티’가 무자본 M&A(인수합병)를 주도하면서 회사 부채비율이 늘어나고, 그 주요 인물들은 실형이 선고됐단 주장을 하고 있다.

또, 인시티가 서영 지분을 다시 ‘WM건설’(현 서영산업개발)에 팔았고, 현재 서영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서영산업개발은 서영을 다시 매각하려 한다.

임금까지 체불된 직원들은 이런 소식에 불안감이 가중돼, 서영지부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서영을 인수하겠단 결정을 내린 상태다.

서영지부 관계자는 “우리사주를 통해 직접 회사를 인수하는 게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회사 경영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며 “11월부터 컨설팅과 설명회를 통해 이 방법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했고, 현재 3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투자의향서를 작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 우림건설지부가 파산한 회사의 브랜드를 노조가 중심이 돼 인수한 사례와 한국종합기술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해 한국종합기술 홀딩스 법인을 설립해 회사를 인수한 선례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서영 지분 약 37%를 가지고 있는 삼우CM건축사사무소가 매각시도 소식을 듣고 법원에 주식매매 가처분 신청을 해 둔 상황이라, 아직은 서영지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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