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경영권 승계 작업 위한 것"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고받은 내부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의 내부문건이 공개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논란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삼성물산이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오면서 업계 관심은 금융당국의 삼성물산 감리 착수 여부로 집중되고 있다.

2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과 긴밀하게 회계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분식회계 과정을 앞장서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TF는 지난 2015년 8월 5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가 있는 인천 송도를 직접 방문해 ‘(삼성물산) 합병 시 바이오로직스의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는 ‘(삼성물산의) 자체 평가액(3조원)과 시장 평가액(8조원) 괴리’에 따라 나타날 ‘합병 비율의 적정성, 주가 하락 등 시장 영향의 예방을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내부문건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에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관여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과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고받은 문건에는 ‘미국 바이오젠이 갖고 있는 콜옵션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장부에 반영할 경우 1조8000억원의 부채가 늘면서 바이오로직스가 자본 잠식에 빠질 수 있고, 그러면 신규 자금 조달이 어렵고 상장도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삼성물산 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있어 불공정한 합병 비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배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연결되는 이유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에 있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두 기업의 합병 당시 주식 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당시 제일모직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 대비 고평가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때 제일모직에 대한 고평가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제일모직이 갖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 덕분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4년간 적자에 시달리다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방식 변경으로 1조9000억원대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덩달아 뛰어오르게 된 것이다. 

실제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면서 합병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해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검찰과 금감원의 신속한 수사 및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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