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정치권 "삼성물산 조속한 감리 착수해야"

지난해 10월 19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로비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조합원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 불법·부당 행위를 밝혀달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의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예정된 가운데, 이번 분식회계 사태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삼성물산 감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있어 불공정한 합병 비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배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 의원은 “삼성물산 합병 처리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연결되는 이유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에 있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두 기업의 합병 당시 주식 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당시 제일모직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 대비 고평가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때 제일모직에 대한 고평가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제일모직이 갖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 덕분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4년간 적자에 시달리다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방식 변경으로 1조9000억원대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덩달아 뛰어오르게 된 것이다. 

실제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면서 합병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시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결정된 2015년 7월 이후의 일”이라며, “합병 전후 시간 관계를 고려할 때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이 증선위에 증거물로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문건이 공개되면서, 이 주장을 반박할 만한 정황들이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 8월 5일 삼성 내부문서에서 자체평가액 3조원과 시장평가액 평균 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 즉 합병비율의 적정성과 주가하락 발생 예방 등을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박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회계법인들이 뻥튀기한 사실을 삼성이 알고 있었고,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합병 당시 삼정과 안전회계법인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자체 평가 금액 3조보다 거의 3배에 이르는 8조원 이상으로 평가한 것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고도 삼성이 국민연금에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또 2015년 8월 12일 내부문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저평가하면 합병비율 이슈가 생기고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와 불일치해 사후대응이 필요하다는 표현도 등장한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삼성물산 감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에 대한 조속한 감리 착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지난 14일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필요성 등을 추후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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