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장사꾼이 판을 친다. 대한민국 외식업계에 사업가가 아닌 장사꾼이 득세를 하며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필자는 평소에 “장사꾼은 소비자들의 얇은 지갑을 노리고, 사업가는 소비자들의 가슴을 훔친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외식업계가 소비자들의 가슴을 훔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장사꾼처럼 소비자들의 얇은 지갑만을 노리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

외식 프랜차이즈계의 거물 백종원씨가 연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고 있다. 국정감사에 나와서 한국의 창업시장에 관해 발언했던 내용이나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와의 묘한 신경전이 대두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는 세상 그 누가 보더라도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의 말 한마디가 어떤 이들에게는 ‘바이블’처럼 각인되고 있을 수도 있다.

오직 그의 말만이 진리이자 참말이고, 그에 반대되는 것은 모두 거짓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런 부작용이 서서히 한국 사회에 나타나고 있다.

며칠 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백종원 씨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불러 외식업의 위기 해법과 골목상권을 살릴 방안을 조언해달라고 청했다.

백종원 씨는 자리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천편일률적으로 점심 한끼 값이 8000원~9000원입니다. 너무 비싸죠. 모든 한 끼 값이 8000원에 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일본에서 진짜 맛있는 덮밥도 400엔이면 충분합니다”며 한국 외식업계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정말 듣기 좋은 말이다. 그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해 마음이 뿌듯할 것이다. 하지만 외식업계 몸담고 있는 이들이 그가 한 ‘말’ 때문에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하고 비판적인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대한민국 시장체제는 자유경쟁이 바탕이다. 자유경쟁이라함은 다분히 소비자 위주로 가격이 꾸려진다는 이야기다.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망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대를 책정하는 것이다. 가격은 경쟁력이다.

비싸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으면 팔리고, 싸도 값어치가 없으면 팔리지 않는다. 비싼 만큼 다른 매장에서 내지 못하는 맛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 비싼 가격이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백종원 씨의 국정감사 발언 이후 비싸게 파는 곳은 무조건 도둑놈 취급을 받게 됐다.

프랜차이즈 본사 혹은 개인이 힘들게 연구하고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상품들이 단지 비싸다는 이유로 배척 받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그 누가 소비자들의 가슴을 훔칠 외식 메뉴를 개발하고 브랜드를 만들어 내겠는가?

백종원씨가 가맹사업을 펼치고 있는 브랜드들은 빽다방을 위시해 저가형 외식에 맞춰져 있다. 결국 그는 국정감사에 나와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발언을 한 것이다.

맛 집의 조건, 우수 프랜차이즈의 조건이 오로지 가격으로 정해져 버린 지금의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품질 경쟁을 준비하는 수많은 브랜드에 위협을 가한 것이나 진배없다. 친환경, 슬로우푸드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가슴을 훔칠 브랜드를 만드는 외식업계 분위기에 명백히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장사꾼은 소비자들의 얇은 지갑을 노리고, 사업가는 소비자들의 가슴을 훔친다”라는 필자의 철학에 빗대어 보면 현재 백종원 씨는 사업가라기 보다 장사꾼에 가까운 발언과 사업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백종원 씨가 전개했다 실패한 수많은 저가형 브랜드들을 상기해보라. 소비자들의 외면에 도태 당한 그 많은 브랜드들과 그 브랜드와 관련한 수많은 점주들의 눈물을 잊었는가?

이럴 때일수록 외식시장은 무조건적인 ‘저가 찬양’보다는 소비자들의 가슴을 훔칠 품질 좋고 가심비 좋은 브랜드 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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