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 조합원 가입범위 대리직급 이하로 제한" vs 회사 "협상 중 직급제한 제시한 적 없어"

현대엔지니어링 노조가 회사에 또 다시 교섭결렬 선언을 하며 중노위 조정신청을 했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회사가 조합원 가입범위를 직급으로 제한하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회사는 이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현대엔지니어링(대표 성상록, 이하 현대ENG) 노사가 단체협약을 맺기위해 협상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 8월에 이어 또 교섭이 결렬됐다. 특히, 노동조합은 이번엔 파업까지 각오하고 있단 입장이라 갈등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조는 회사가 단체협약에 ‘조합원 가입범위’를 대리직급 이하로 제한하는 등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대ENG 사측은 이 같은 사실이 없다며 조합원 직급제한은 협상 중 한번도 나오지 않은 주제라고 반박했다.

12일 업계와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ENG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현재 단체협약의 효력범위를 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노조가 핵심쟁점으로 주장한 ‘가입범위’는 사측이 법적으로 개입할 수 없지만, 건설사에선 직원구성에 간부직이 많은 특성상 종종 있어온 갈등이란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높은 직급이 조합에 참여하면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ENG 노조는 지난 4일 회사측에 또 다시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11일 조정을 신청했다. 현대ENG 노조는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산하 지부로 처음 설립된 이후, 단체협약을 맺기 위해 회사와 교섭해오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8월2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노위에 조정신청했지만, 이후 중노위는 조정을 취하하고 현대ENG 노사가 집중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현대ENG 노사는 9월 한달간 다시 집중교섭에 들어갔다. 당시 전체 146개 조항의 단체협약안 중 합의 65개, 미합의 81개 조항이 있었고 그 중 36개 조항이 조정신청 대상이었다.

노조는 집중교섭동안 36개 조항 중 18개 조항을 회사에 양보했지만, ‘조합원 가입범위’ 등 핵심항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다시 협상결렬을 선언했단 입장이다. 결국 10개 조항이 다시 조정신청에 들어갔다.

현대ENG 노조 관계자는 “18개 조항을 양보한 것은 그만큼 조합원의 권리를 얻지 못한단 의미지만, 그렇게 양보해서라도 회사와 큰 충돌 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반면 회사는 나머지 18개 조항에 대해서 전혀 양보하지 않았고, 이 조항들은 노조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며 결렬 배경을 설명했다.

조정신청에 들어간 10개 조항은 조합원 가입범위, 노조전임자, 사무실, 노동조합 홍보 관련 조항 등 이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보장된 내용들이란 게 노조의 설명이다. 특히, 노조 측은 현대ENG 사측이 노조를 축소하고 인정하지 않기 위해 조합원 가입범위를 ‘대리직급 이하’로 단체협약 조항에 명시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ENG 노조 관계자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5조와 제11조, 그리고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조합원의 가입범위는 노조의 자율적인 규약으로 정하게 돼 있다”며 “규약에 따라 (사용자 편에서 일하는 실제 경영진을 제외하고) 노동자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단체협약엔 관련 조항을 넣지 않으려 한다”고 노조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ENG 사측은 직급제한한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대ENG 한 관계자는 “현재는 서로 조율해가는 과정 중인데, 조합원 가입범위는 협상 중 아직 나오지 않았던 주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조합원 가입범위로 인한 갈등은 건설사에서 종종 있어온 사례라며, 회사가 가입범위를 제한하면 처벌대상이 된다고 설명한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변호사)는 “건설사의 경우, 업종 특성상 현장엔 일용공들이 있고 본사직원은 현장을 지휘하기 때문에 노조 구성자체가 간부직이 참여하는 형태다”며 “이에 따라 회사에선 높은 직급이 참여하면 통제가 어렵다 생각해 가입범위에 대한 갈등이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하지만 이는 법리적으로 정해진 사항으로, 가입범위는 노조가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며 “만약 사용자가 가입범위를 제한한 사실이 있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대상이 된다”고 못박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ENG 노조가 결성된 이후, 현재 권리를 확보하고 자리잡는 과정인 만큼 노사간 ‘힘겨루기’가 길게 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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