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내세우다 불리하면 발 뺀다" 지적

<KDB생명 제공>

[한국정책신문=김하영 기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이 오는 18일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어 KDB생명의 즉시연금 분쟁 안건을 심의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8일 KDB생명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지급 분쟁 안건을 분조위에 올릴 예정이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번에 납부하고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공제하고 만기 시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환급재원(책임준비금)을 쌓았는데, 이를 약관에 명확히 기재하지 않아 과소 지급 논란이 벌어졌다.

논란이 된 KDB생명의 즉시연금 상품도 명확하지 않은 약관이 문제였다.

KDB생명의 약관에는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연금액을 지급한다’고 적혀있다.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가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한 재원을 차감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조위는 삼성생명의 즉시연금에 대해 “산출방법서는 보험자가 보험료를 결정하는 기초통계자료 등에 관한 사항과 보험금 지급 등 재원으로 사용되는 책임준비금 산출기초가 작성돼 있는 서류로 기초서류에 속하기는 하지만 약관과 작성 목적이 다르다”며, “보험계약자를 구속하는 등 보험계약관계에 적용될 수 없다”고 결론을 낸 바 있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에는 연금액 산정과 관련해 ‘연금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만 명시돼 있고, 산출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만약 분조위가 KDB생명에 보험금 추가 지급을 권고할 경우, KDB생명은 약 249억원의 연금 추가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평소 어려운 약관을 핑계로 보험금을 적게 지급해 오다가, 막상 약관상 문제가 생기니 발을 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약관을 보면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평소에 보험사들은 약관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발생할 경우, 보험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막상 약관에 문제가 생기니까 발을 뺀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 약관에 구체적인 보험금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은 늘 제기돼 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 7일 “보험 약관은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는 약관 내용 자체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어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즉시연금 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아 논란을 빚은 생명보험사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윤 원장은 지난달에도 즉시연금 사태의 책임이 보험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원장은 지난달 16일 “즉시연금은 고객이 낸 돈에서 사업비를 공제하고 나머지를 운용한다는 사실을 약관에서 명시하고 설명하지 않았다”며, “약관이 애매하면 작성자(보험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