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집행유예 후 신사업 발굴 노력, 대국민 신뢰회복 가능성에 무게

삼성이 8일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정중동’ 행보가 결실을 맺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한국정책신문>

[한국정책신문=나원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정중동’ 행보가 대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차례로 회동한 자리에서 투자와 일자리 확대에 대한 얘기를 나눈 후 이에 대해 화답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됐지만, 대법원 판결이 남은 터라, 이후 결과에도 관심은 쏠릴 전망이다.

8월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이날 발표한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업계는 삼성이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발표는 앞으로 3년간 투자 규모를 180조원으로 확대하고, 국내서만 총 130조원(연평균 43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은 또, 같은 기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는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통 큰 결정을 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6개월간 문 대통령과 김 부총리와의 만남 등 공식 일정은 두 번 치렀지만, 그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며 신성장동력 발굴과 대국민 신뢰 회복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나온 이후 한 주간 휴식을 취하면서 부친인 이건희 회장을 찾았고, 곧바로 핵심 사업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3월말부터는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신규사업 발굴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첫 출장에서 유럽, 캐나다를 방문해 인공지능(AI) 관련 시설을 찾았고, 중국에선 전기차·스마트폰 업체 대표와 미팅을 했다. 또, 일본에선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들과 만났다.

삼성전자는 이후 영국·캐나다·러시아에 AI 센터 설립 계획과 AI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넥스트 Q 펀드’를 발족했다.

이 부회장은 최고혁신책임자(CIO) 직책을 처음 만들어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 넥스트의 데이비드 은 사장을 임명하면서 첨단 분야 전문가들을 속속 영입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인도 노이다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서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서도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요청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후 김 부총리와 만났고, 통 큰 투자 계획은 그림을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결정엔 대국민 신뢰회복에 대한 고민도 묻어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 공판서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막막하다”고 밝혔고, 석방 이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000명 직접 채용과 ‘반도체 백혈병’ 논란에 대해 중재안 수용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와 계열사 등에 정부 기관의 관심과 조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이번 대규모 투자 결정이 그룹과 이 부회장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긍정적인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AI, 5세대(G) 통신, 바이오사업 등에 약 25조원을 투자해 미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국내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방침도 밝혔다.

삼성은 특히 4차 산업혁명 선도와 삶의 질 향상을 핵심 테마로 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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