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요지부동' 관측, 별도합산토지 세율 현행 유지에 '대기업 봐주기' 비판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이 발표됐지만 그 정책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서기정 기자] 정부가 지난 6일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를 겨냥해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책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보유세 세제개편에 초강수를 둘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강도가 비교적 낮은 종부세 개편안이 나오자 ‘맹탕 개편안’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세제개편 안으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했지만, 대상자들은 증여·월세전환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감당하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6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재정특위)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세율 인상폭이 크지 않고 저가·1주택자 세금 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3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세율을 0.3%포인트(p) 추가 과세하고 주택 과세표준 구간 6억~12억원 세율을 재정특위 권고안보다 0.05%p높여 최종 0.1%p 인상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80%에서 연 5%p씩 높여 2020년 최종 90%까지 올리기로 했다.

주택분 세율의 경우 과세표준 6억원 이하는 현행세율을 유지하고, 6억원 초과하는 경우 0.1~0.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재정특위 안보다 0.05%p 인상되는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의 경우 1주택자는 시가 23억~33억원, 다주택자는 시가 19억~29억원 등 고가주택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세율이 인상되는 대상자는 2만6000명으로 전체 주택 보유자의 약 0.2%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과세표준 6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자 이상 보유자는 1만1000명이다.

오는 2019년 추가세수는 7422억원으로 재정특위 권고안(1조881억원) 보다 3459억원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종부세 개편 발표에도 고가주택·다주택자 보유자는 꿈쩍하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며, 주택시장은 지난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형성된 ‘거래절벽’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관련 업계에선 정부의 종부세 개편이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종부세 개편으로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감당하면서 개편으로 인해 집을 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A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는 “종부세 발표 이후 거래 문의는 거의 없는 반면, 오히려 증여 문의가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로 있던 집주인이 반전세로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월세로 증세되는 부분을 내고 이번 정권까지는 버텨보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종부세 인상 대상자가 당초 예상보다 많지 않아 신규분양시장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며 “다만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거래는 침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재정특위안도 예상보다 약했는데 정부안은 거기에서 1/3이 날아갔다”며 “세제 개편은 소득·소유를 처분하도록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효과를 지녀야 하는데, 그런 효과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가 종합합산토지 세율은 0.25~1%p 인상하는 반면, 별도합산토지 세율의 경우 현행(200억 이하 0.5%, 200억~400억 0.6%, 400억 초과 0.7%)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대기업 봐주기’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별도합산토지는 상가·빌딩·공장 등의 부속토지로, 앞서 재정특위는 별도합산토지에 대해 세율을 0.2%p씩 일괄 인상하는 안을 권고했으나, 정부안에선 지워졌다.

정부는 별도합산토지의 88.4%가 생산 활동에 사용되며 세율을 인상할 경우 ‘임대료 인상 전가의 우려’가 있어 인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기업 소장은 “별도합산토지는 주로 대기업이 가지고 있다”며 “보유세의 특징은 전가하기 가장 힘든 세금이란 것인데, 임대료 인상 전가의 우려로 세율을 현행 유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 소장은 “기업의 생산 활동을 장려할 것이라면 토지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법인세를 줄이는 것이 차라리 맞는 것”이라며 “지금 안은 기업이 경영혁신 보단 부동산 소득에 더욱 몰두하게 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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