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 토론회' 개최…세밀하지 못한 법 초안 대한 지적도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정책신문>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법 제정안 토론회인데 법이 없다."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법일수록 문구 하나하나에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법이 없으니) 기본적으로 토론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 교수는 내달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행을 앞두고 초안이 세밀하지 못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우선 모범규준을 도입해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7월2일부터 시행하고, 하반기 중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 7월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금융계열사를 거느리는 대기업의 부실이 금융그룹으로 전이되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훨씬 까다로운 자본 규제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당국은 크게 3가지를 평가해 등급(1~5)을 매기고, 기준에 못 미치는 금융그룹에 대해선 자본 확충을 포함한 개선 조치를 내리게 된다. 금융그룹은 7월부터 대표회사를 지정해 이 같은 그룹 위험 요인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놓고 국내에는 통합감독을 담당할 기구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교수는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양한 금융기관이 모이는 금융안정감시협의회(FSOC)를 만들었다"며 "우리나라도 2012년 이후 이같은 기구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감독체계 개편을 건드려야 하는 문제 때문인지 이를 은근슬쩍 피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건전성 감독 당국이 들어가는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피감 대상 선정에 있어서 '한국적 상황'이 강하게 들어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세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대한 얘기는 1, 2년 사이에 나온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중반부터 나왔다"며 "한국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슈가 있어 한국적 상황이 반영되면서 글로벌스탠더드에서 상당히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선 크게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업이 감독대상인데 우리나라는 보험이나 금융투자업이 없음에도 캐피탈과 카드 등 비금융 회사까지 감독대상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을 복합금융그룹으로 하는 감독 대상도 지나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 교수는 "유럽은 최소 7조원이 넘으면 감독대상이 되는데 국내는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다"며 "들어가야 할 기업을 정해놓고 기준을 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소 2개 권역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하면서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인 그룹 7곳을 통합감독 대상으로 선정했다. 2016년 말 기준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은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동부(현 DB), 롯데 등 금융그룹 7곳이다.

당장 자본을 추가 적립해야 하거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몸집이 큰 삼성과 미래에셋을 정조준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은행이 없고 삼성은 금융자본과 비금융자본이 혼재된 금융그룹이다.

이와 관련해 복합금융그룹의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복합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적정자본 산정이 어렵다"며 "유예기간을 주더라도 방화벽(firewall)을 설치해 구분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 안에 비금융회사 지분을 처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의 구분이 어려우니 장기적으로는 지분을 팔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 연구원은 금융지주사 안에 중간지주사를 두고 관리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이 연구원은 "금융지주사 안에 중간지주사를 두고 관리하는 일본 기업 소니의 사례도 통합감독법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며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을 통해 복합금융그룹이 금융지주그룹 수준의 통합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면 금융그룹 간 규제차익이 줄어들고, 시스템 리스크가 감소하며 위험 전이나 금융자원 오·남용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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