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김정태 회장 기소 제외…경영 공백 피했으나 노사 갈등 '재점화'

26일 오후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가 8개월 만에 사실상 끝이 났다.

전·현직 수장과 임원들이 기소됐으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경영 공백'은 피하게 됐다. 은행권은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반면 '용두사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노조는 윤종규·김정태 회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방침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즉각 사퇴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이 국민·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를 수사한 결과 총 38명(12명 구속기소·26명 불구속기소)은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입건자는 은행장급 4명, 임원급 14명, 인사부장·팀원이 18명이다. 기소대상의 비리 유형에는 임직원 자녀 특혜 53건, 외부인 청탁 367건, 성차별 채용 225건, 학력차별 19건 등으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서울서부지검·서울남부지검·부산지검·대구지검·광주지검 등 전국 6개 검찰청은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성세환 전 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 4명의 전현직 행장들을 불구속기소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 대상이 됐다. 양벌규정은 위법행위 발생 시 행위자 외에 그 업무 주체인 법인이나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경영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은행권은 예상된 수준이라며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검찰의 조사 결과는 큰 이변 없이 예상된 정도"라며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채용비리로 떨어진 신뢰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 결과를 놓고 '용두사미'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규탄하며 청탁 관련자 명단 모두 공개하고 금감원은 책임자에 대한 즉각적인 징계를 내릴 것을 촉구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채용비리의 중심에 있던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무혐의처리, 하나은행장은 불구속기소에 그쳤다"며 "꼬리만 기소하고 청탁자나 몸통은 면죄부를 주는 용두사미식 수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직 금융그룹 최고경영자들은 기소를 피한 것과 더불어 은행권 채용청탁 리스트에 포함된 고위 임직원이나 정치권 인사, VIP고객 등은 기소되지 않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혐의를 인정받아 기소된 함영주 행장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 생각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며 "윤종규, 김정태 회장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윤종규, 김정태 회장의 범죄 정황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리를 했다는 것은 수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최종 책임자들을 살리기 위해 꼬리 자르기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국민은행 노조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윤종규 회장 퇴진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윤 회장의 퇴직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팀장이 구속되고 부장, 본부장, 부행장 등 HR라인이 줄줄이 구속·기소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진이 자진 사퇴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KB의 조직문화는 완전히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신규직원 채용부터 채용 전결권자를 인사담당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높여 진행할 계획이다. 채용비리 관행을 근절하고 최고경영자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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