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美 협상 여지 남겨둬 단기 조정에 그칠 것"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에 국내외 증시가 충격을 입었다.

최근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다음달 열릴 북미 정상회담 등 북미 관계 개선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다만 미국이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만큼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회담을 취소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음에도 북측의 '공개적인 적대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으로 쓴 공개서한에서 "당신의 최근 담화에서 드러난 엄청난 분노와 공연한 적대감으로 미뤄 지금 시점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회담은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통보했다.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국내외 증시는 요동쳤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5.05포인트(0.30%) 하락한 2만4811.7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53포인트(0.20%) 내린 2727.76에, 나스닥 지수는 1.53포인트(0.02%) 떨어진 7424.43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5.21포인트(0.21%) 내린 2460.80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4.97포인트(0.57%) 내린 868.35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그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남북경협주의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개성공단 관련 기업인 남광토건은 전일 대비 4500원(18.40%) 내린 1만9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좋은사람들(-22.05%), 인디에프(-17.81%), 제이에스티나(-12.58%) 등도 급락했다.

건설 테마주로 꼽히는 현대건설(-9.78%), 특수건설(-24.40%), GS건설(-3.16%), 대림산업(-2.93%), 금호산업(-12.09%), 한라(-20.45%) 등도 하락했다.

쌍용양회(-8.90%), 한일시멘트(-4.01%), 현대시멘트(-16.41%), 아세아시멘트(-4.99%) 등 시멘트주들을 비롯해 현대엘리베이터(-16.84%), 두산인프라코어(-2.79%), 두산중공업(-4.21%), 현대건설기계(-2.95%) 등도 내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이후 한반도 평화무드에 대한 기대와 북한발 훈풍이 사그라들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남북경협주의 되돌림과 더불어 한국증시 단기 하락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 취소는 속도의 문제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방향성은 유효하다는 전망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 취소가 숨 가쁘게 진전돼 왔던 남북 관계개선에 제동을 건 것은 사실이나 이번 취소가 남북, 북미 간의 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릴 가능성은 낮다"며 "한반도 정세 변화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방향성보다는 속도와 단기 등락에 국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경협주와 관련해서는 대북 관계 노이즈가 지속돼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정치적인 면에서는 파격적이었던 것이 분명하지만 경제협력 측면에서는 전혀 파격적이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와 상관없이 경협주들의 주가는 조정을 겪는 것이 합리적인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남북경협주의 저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시됐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북미정상회담 취소됐지만 이는 북미간 이견 조율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단기적 기대감 소멸로 경협주의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나 경협 재개나 북미 협상 재개 기대감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어서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북미 정상회담 무산과 관련해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주재한 뒤 "전날 미 증시가 낙폭을 되돌린 점이나 한국물 지표 움직임을 보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북미 관계를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고 그에 따라 시장도 영향을 받을 텐데 그런 점을 잘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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