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높을 것 예상돼 우려…시장 선점 차원에서 적극 판매도

<픽사베이 제공>

[한국정책신문=박요돈 기자] 출시 한 달 만에 4만9000건이 넘게 판매되는 등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 소비자로부터 '깜짝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를 두고 보험사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는 보험사가 있는 반면 손해율 관리 등을 이유로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일 판매를 시작한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판매 시작 한 달 만에 4만9315건이 판매됐다.

이는 영업일수 21일을 기준으로 하루에 2348건이 판매된 셈이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정책성 보험으로 출시 당시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건강한 사람이 가입하는 일반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20%를 넘는 상황에서 유병력자가 가입하는 실손보험의 손해율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비싼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으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예상외로 높았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1인당 월 평균 보험료는 일반 실손보험의 1인당 평균 월 보험료 1만8043원보다 3만5535원이나 많은 5만3578원 수준이다.

비싼 월 보험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실손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소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일반 실손보험에 비해 가입이 까다롭지 않다.

일반 실손보험의 가입심사 항목은 병력 관련 5개 사항과 음주·흡연 여부, 운전 여부 등 18개지만,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가입심사 항목은 병력 관련 3개, 직업, 운전 여부, 월소득 등 6개다.

또 일반 실손보험의 경우 최근 5년 간의 치료 이력 및 암,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뇌경색, 당뇨병 등 10대 중대 질병 발병 이력을 심사, 수술·투약 등 진료기록이 있는 경우 사실상 가입이 어렵다.

반면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가입 시 최근 2년 간의 치료 이력을 심사한다. 투약 여부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근 5년 간 질병·치료 이력을 심사하는 중대질병도 암 하나뿐이다.

일반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고 자기부담금이 30%에 달하며 매년 갱신해야 해 갱신보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기존 실손보험에 가입하기 힘든 경우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높은 인기에도 상품을 판매 중인 대다수의 보험사들은 여전히 '손해율'을 우려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의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료 지급 등의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손해율이 낮을수록 보험사에게는 이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상품 판매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실손보험처럼 정확한 손해율을 계산할 수는 없지만 일반 실손보험을 생각해보면 손해율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보험료 조정 등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병력이 있는 소비자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손해율이 어떻게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와는 반대로 적극적인 판매에 나선 보험사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인수 심사(언더라이팅)를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가 유병력자 보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병력자 실손보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영업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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