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반대'…배당 증가, 자사주 소각 등 요구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 <뉴스1>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제안에 현대차그룹 관련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금융투자업계는 엘리엇의 제안이 현대차그룹 관련주의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1.88% 오른 1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우는 4.73% 올랐고 현대모비스(0.62%), 기아차(0.16%)도 상승 마감했다.

다만 현대글로비스는 전 거래일보다 0.85% 하락한 17만5500원에 마감했다. 

엘리엇은 전날 발표한 '현대 가속화 제안서'를 통해 기존 현대차그룹이 밝힌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공식 반대 의사를 밝히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후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새로운 개편안을 제시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요 분야를 현대모비스에서 분리해 현대글로비스에 몰아주는 모양으로 현대글로비스에는 호재, 현대모비스에는 악재로 평가됐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3사인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각각 1.5% 이상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리며 배당 증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가치 확대 방안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과다 잉여 현금 각 6조원의 특별 배당 및 전 자사주의 소각, 배당성향을 최소 40~50%로 상향, 국제적 경험을 갖춘 이사진 3명의 추가 선임 등이 골자다.

이같은 엘리엇의 제안은 2016년 삼성 때와 유사하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전자 지분 0.6%를 확보한 뒤 지주회사 전환과 나스닥 상장, 30조원 특별 배당을 요구했고 이에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확대로 대응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대해 가진 주식은 소량에 불과해 단독으로 현대차의 지배구조개선을 막기는 어렵지만 외국인 등 소액주주들이 엘리엇에 동조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외국인 주주 지분은 48.3%에 달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지배구조개선안 발표 이후 모비스의 주가가 하락해 반대매수 청구권 행사금액과의 차이가 4%까지 좁혀진 상황에서 엘리엇의 제안이 공개돼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다음달 말 주주총회를 앞둔 현대모비스가 중장기비전과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해 주주를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엘리엇의 제안으로 주가에 가장 빠르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선 배당성향의 급증으로 인해 일차적으로 현대차의 주가 강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현대차 우선주 역시 같은 맥락에서 모멘텀(상승 동력)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엘리엇의 새로운 제안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주요 3사의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 비율에 대한 반대를 표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기존 개편안 틀 안에서 주주 친화 정책 확대를 통한 주주총회 찬성을 유도할 전망"이라며 "반대 매수청구권 이슈가 있는 모비스의 기업가치 개선은 주총 이후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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